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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31 16:40 수정 : 2018.07.31 21:52

경북 안동의 고추밭에서 20일동안 계속되는 폭염으로 고추가 시들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 20일만에 고추·포도 등 243㏊ 햇볕데임
제주 일부 생육부진…충남도 밭작물 피해 우려
충북·전북은 과수 피해…가축 피해 우려도 커

경북 안동의 고추밭에서 20일동안 계속되는 폭염으로 고추가 시들고 있다. 경북도 제공
기록적인 불볕더위에 전국의 들판이 타들어 가고 있다. 농작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경북도는 “이달 11일부터 30일까지 20일 동안 폭염으로 포항·경주·김천 등 기초자치단체 14곳에서 모두 농작물 243㏊(헥타르)가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농작물 별로는 고추가 피해면적이 63.7㏊로 가장 많고, 콩 45.6㏊, 포도 33.7㏊, 고구마 30㏊, 사과 23㏊, 생강 12㏊ 순으로 조사됐다. 포도 등 과일은 열매나 잎 등이 타들어 가고 있으며, 고추 등 밭작물은 잎이 열을 받아 누렇게 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안동이 147㏊로 가장 많은 농작물 피해를 보았다. 권재인 안동시 농산팀장은 “농작물에 물을 충분히 공급하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농민 대부분 나이가 많은 노인층이라 한낮에 논밭에 물을 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도 5645㏊에 이르는 일부 농작물이 생육부진 현상을 보였다. 제주 북·서·남부 등지에서 콩이 누렇게 변해 말라죽는가 하면, 낮에 잎이 시드는 일시 위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폭염특보가 20일 이상 계속되면서 이달 하순부터 8월 상순 사이 파종해야 하는 당근 파종 시기를 놓쳐 농가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파종 면적은 전체 1400㏊ 가운데 130㏊에 불과하다.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 월동채소도 파종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 제주도는 156곳의 급수탑을 전면 개방했으며 저수지 등에 양수기를 설치했다.

충남도 밭작물을 중심으로 폭염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안군은 5000여㏊의 밭에서 생강 등을 경작하는데, 폭염 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관수시설을 갖추지 않은 임대농지와 간척지 논이다. 농가들은 폭염에 약한 벼를 대신해 지난 6월 콩을 파종했는데, 폭염에 싹이 타들어 가고 있다. 서산도 비슷한 상황이다. 고구마가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경우 생산량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당진시는 비닐 집의 경우 차광막을 설치하고 관수시설을 가동해 물을 뿌려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진시 농정과 최향묵씨는 “500평 이하 소규모 영세농가는 대부분 관수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지만 과수·벼농사 위주로 가입돼 있어 폭염이 지속하면 수확량 감소 등으로 영세농가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북 김천의 한 포도밭에서 높은 온도와 강한 햇볕때문에 과일과 잎이 타들어가는 햇볕데임현상이 발생해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 경북도 제공
충북에선 과수 피해가 눈에 띈다. 직사광선에 노출된 사과 등이 햇볕에 데어 멍들어가고, 수확기 알이 터지는 열과 피해가 번져가고 있다. 30일까지 포도·사과 등 과수 피해 16.9㏊, 인삼·콩 등 작물 피해 16㏊ 등 32.9㏊에서 피해가 났다. 단양에서는 사과 4.4㏊가 피해를 보았고, 영동에선 수확을 코앞에 둔 포도 1.6㏊가 열과 피해로 출하를 포기했다. 괴산에선 고추 2.4㏊, 콩 1.8㏊, 옥수수 1.7㏊ 등 작물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전북 무주군 사과농장에서도 이달 중순부터 직사광선에 장기간 노출된 열매 껍질이 노랗게 변해 썩어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16일 군 조사에서는 무풍면 철목·현내리 일대 사과 재배면적 368㏊ 가운데 3%인 11.04㏊가 일소피해(강한 햇빛을 오래 받아서 작물의 과실, 잎, 줄기 따위 조직이 타들어 가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보름 이상 폭염이 이어져 일소피해 면적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본 사과는 해발 400~600m 높은 지대에서 재배하는 조생종 홍로 품종이다.

여름에 출하하는 고랭지채소도 생육장애로 작황이 부진하다. 강원 평창·태백·삼척·정선군 일원 고랭지채소밭은 지난 12일부터 20일 이상 폭염이 이어지면서 8월 출하량을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배추·무 등 고랭지채소가 이상고온으로 무름병 칼슘결핍 등 병해충과 심각한 생육장애에 시달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폭염의 결과로 작황이 나빠져 8월 출하량(추정치)은 평년에 견줘 10% 안팎 줄고, 가격이 3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수 농촌경제연구원 엽근채소팀장은 “고랭지채소만큼 기상여건에 민감한 작물은 없다. 생육기간이 각각 60·90일인 배추와 무가 20일 넘게 고온에 시달리는 바람에 결구가 되지 않거나 뿌리가 굵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농촌경제연구원은 “8월 출하량은 부족하나 9월 출하 대기 물량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생산자는 폭염이 장기화하기 전에 출하를 서두르고, 소비자는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현명하다”고 전했다.

가축피해도 커지고 있다. 충북 진천과 음성 등지에서 닭 22만9134마리가 무더위에 쓰러졌으며, 오리·돼지·소 등으로 피해가 불어나는 등 30일까지 가축 23만9881마리가 폭염에 폐사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 결과 이날까지 전국의 가축피해는 314만8000마리로 전날 대비 33만5000마리가 늘었다. 피해는 돼지와 닭·오리 등 가금류에서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기초자치단체별로 농작물 피해면적이 50㏊를 넘으면 피해면적 1㏊마다 과일 175만원, 채소 168만원, 일반작물 52만원씩 농약값을 지원한다. 파종비용은 일반작물 기준 1㏊에 266만원을 지급한다. 폭염 피해 면적이 50㏊ 이하인 곳은 기초자치단체가 지원금을 준다.

구대선 허호준 안관옥 송인걸 오윤주·방준호 기자, 사진 경북도 제공 sunnyk@hani.co.kr

[화보] 폭염, 전국이 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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