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1 15:37
수정 : 2018.08.01 16:02
폭염으로 열사병 등 온열질환 속출
심혈관·호흡계 질환 증상 악화·사망
갈증 느끼기 전에 규칙적으로 수분 섭취
술이나 커피 등 카페인 음료 섭취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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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 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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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오르는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열 노출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1일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보면 올해 5월2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2266명(사망 28명)으로, 감시체계가 도입된 2011년 이래 최대치였다. 이러한 통계에는 전국 500여개 응급실 진료현황만 포함돼 있어, 실제 폭염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거나 숨진 사람 숫자는 2천여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2년 국립기상연구소는 태풍·대설·폭염 등 여러 기상재해와 국민건강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기상재해는 폭염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폭염이 더욱 무서운 사람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등 피부발진·열경련·열탈진·열실신 및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다. 특히 평소 고혈압·당뇨·심부전 등 심혈관계, 호흡기계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무더위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난 2003년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기간 동안 심혈관계 질환 환자의 사망률은 다른 시기에 견줘 30% 높았다.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65살 이상 노인과 어린이, 건물 외벽 단열재 시공이 안 돼 있거나 창문조차 없는 열악한 주거지에서 사는 빈곤층, 노숙인, 공사 현장이나 논밭 같은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등이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에 노출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목 마름을 느끼기 이전부터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고, 어지러움·두통·메스꺼움 등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할 것을 권한다. 술이나 커피 등 카페인 음료 섭취도 피하는 것이 좋다. 강용주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술을 마시게 되면 체온이 올라가, 몸의 이상반응이 있어도 인식을 못할 수도 있다. 커피 역시 탈수 증상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밥 맛이 없어도 제때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경우, 덥다고 갑자기 냉수를 끼얹는 등 급격한 체온 변화를 주게 되면 심장이나 혈관에 무리가 가므로 유의해야 한다.
■ 열사병,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
올해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집계된 온열질환을 종류별로 보면, 열탈진(54.7%), 열사병(23.9%), 열경련(10.6%), 열실신(7.5%) 순으로 나타났다.
땡볕에 있다보면, 눈 앞이 캄캄해지면서 쓰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열실신’ 이라고 한다. 무더위에는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피부에 분포된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이 다리로 몰리게 되면서 대뇌로 가야할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실신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곧바로 회복된다. 다리 쪽을 높게 해주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려 염분과 수분이 많이 빠져나갔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폭염이 심한 상황에서 높은 강도의 일을 할 경우 주로 발생하는데, 극심한 피로, 오심 또는 구토, 근육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시원한 장소에서, 스포츠 음료나 주스, 물 1리터에 소금 1티스푼 정도를 넣은 소금물 등을 마시거나,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1시간 이상 증상이 이어지면, 병원을 찾아 수액을 통해 수분·염분을 보충해야 한다. 이러한 열탈진을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인 열사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땀을 많이 흘린 뒤 근육에 경련이 오는 경우를 열경련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근육 경련이 30초 정도 일어나지만 심할 때에는 2∼3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 역시 휴식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1시간 넘게 경련이 이어지거나,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평상시 저염분 식이요법을 한 경우엔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열사병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대부분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체온조절 기능에 장애가 생겨 체온이 40도까지 급상승하지만,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마르고 빠른 맥박·오심·구토·헛소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환자는 가능한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일사병·열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생기면 곧바로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겨, 옷을 풀고 너무 차갑지 않은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아 체온을 내리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음료수를 억지로 먹이지 말고 신속히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참고자료 <폭염으로 인한 건강위험의 진단 및 대응 가이드라인>(2014·대한의사협회), <서울대병원 여름철 건강정보>(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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