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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3 16:31 수정 : 2018.08.03 20:14

연일 폭염으로 한낮 최고기온의 기록이 바뀌고 있다. 1일 저녁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 아파트에 정전이 발생해 비상등만 켜져 있다. 연합뉴스

노후 아파트 전력 과부하로 변압기 고장 잇따라
주민들 심야에 집밖 피신, 엘리베이터에 갇히기도
한전·지자체 “용량 파악해 미리 설비 확장·교체를”

연일 폭염으로 한낮 최고기온의 기록이 바뀌고 있다. 1일 저녁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 아파트에 정전이 발생해 비상등만 켜져 있다. 연합뉴스

연일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이어진 가운데 전국 곳곳의 아파트에서 한밤 중에 정전이 잇따르고 있다. 열대야에 냉방 장치나 엘리베이터까지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3일 각 지자체와 한국전력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2일 오후 10~11시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아파트 단지 2곳에서 전기 공급이 끊겨 700여 가구 주민들이 30도가 넘는 열대야 속에 잠을 설쳤다. 일부 주민들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방기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집밖으로 나와 돗자리를 펴거나 자동차로 피신해 밤을 보냈다. 주민 2명은 승강기에 갇혔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정전은 4~6시간 만인 3일 새벽에야 복구됐다.

지은 지 2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가 많은 고양시에서는 지난달 30~31일 일산서구 주엽동 아파트(730가구)와 덕양구 화정동의 아파트(580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하는 등 지난달 27일 이후 8개 아파트 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해 3천여 가구 1만여명의 주민이 불편을 겪었다.

인천에서도 연수구 송도동 아파트(980가구)와 부평구 부개동 아파트(957가구)에서 2일 오후 9~11시께부터 1시간 가량 전기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30일에도 서구 당하동 아파트(400여 가구)와 22일 계양구 작전동 아파트 단지(840여 가구)에서 변압기 고장으로 전기 공급이 끊긴 바 있다.

낮 최고기온이 39.6도까지 올라간 지난 1일 밤 서울에서도 아파트 여러 곳에서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소동을 겪었다.

1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에서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가 1시간40분 만에 복구됐다. 총 4400가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절반 정도가 정전됐다. 같은 날 인근 대치동 선경아파트에서도 전기가 끊겨 일부 주민들이 승강기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와 서초구 방배동 대우효령아파트에서도 같은 날 정전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이 폭염 속에 불편을 겪었다.

전남 화순군에서도 지난달 30일 밤 10시22분께 아파트 4개 동 562가구의 전기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은 조명과 냉방 없이 하룻밤을 꼬박 지새웠다.

한전이 3일 발표한 전국 아파트 단지 정전 사고 현황을 보면, 지난달 정전 사고는 모두 91건으로 지난해 7월의 43건에 견줘 갑절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7월20일부터 31일까지 아파트 정전이 75건, 40도 가까운 무더위를 기록한 8월1~2일은 25건의 정전사고가 있었다.

정전의 원인은 구내 차단기 이상이 52%로 가장 많았고, 변압기 과열이 23%, 개폐기류 고장이 7% 순이었다. 특히 지은 지 25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의 정전 사고율이 15년 미만 아파트보다 9.5배 높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파트 정전은 전력 과부하로 인한 노후 변압기와 차단기 고장이 원인의 약 8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노후한 아파트들이 전자기기 사용량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전 박용성 홍보부장은 “만약 전기 부족 때문이었다면 아파트 하나만 정전되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일대가 정전됐을 것”이라며 “올해는 특히 냉방기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변압기 사용량을 늘리지 않은 아파트 중심으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정전사고가 잇따르자 한전과 지자체 관계자는 한 밤중에 긴급 복구에 나서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한전 고양지사 관계자는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노후 아파트가 많아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몰라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다”며 “변압기가 오래될수록 전력 사용 과부하로 인한 고장 가능성이 크고, 심야에 고장이 나면 장비를 구하기도 어려우므로 아파트 단지 별로 사전에 대비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대식 고양시 시민안전과장은 “20여년 전 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변압기가 설치된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이 용량 초과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노후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력 사용량과 설비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행정 지원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만 이정하 김미향 안관옥 최하얀 기자 mania@hani.co.kr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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