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6 18:40
수정 : 2018.08.0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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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강원 영동지방에 시간당 93㎜의 집중호우를 뿌린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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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공기 백두대간 넘으면서 비 쏟아
동해안 지역에 도달할 땐 건조해져
이번엔 폭염으로 수증기 그대로 유지
동풍 영향 강수까지 겹치면서 폭우
“기존 기상 지식을 뛰어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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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강원 영동지방에 시간당 93㎜의 집중호우를 뿌린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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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속초에 5일 오후 6시부터 6일까지 시간당 70㎜의 많은 비가 내려 강수량이 280.1㎜이 기록됐다. 시간당 강수량은 극값 1위, 일 강수량은 극값 3위를 경신했다. 강릉에도 194.0㎜, 고성 현내면 184.5㎜, 양양 177.5㎜, 미시령 114.5㎜, 동해 88.2㎜, 삼척 30.5㎜ 등 강원 영동 지역에 호우가 집중됐다. 강릉의 시간당 강수량은 93.0㎜에 이르러 2002년 8월31일 태풍 ‘루사’ 때 기록된 100.5㎜ 이후 가장 많았다.
강원 영동지역도 20일 넘게 계속되는 폭염을 벗어나지 못했다. 속초에서는 4일(37.3도)과 5일(38.7도) 이틀 연속 역대 최고기온 극값 1위를 경신했으며, 강릉에서는 5일 올 들어 두번째 초열대야를 겪었다. 이런 강원 영동지방에 6일 왜 시간당 93㎜의 ‘물폭탄’이 쏟아졌을까?
기상청은 5일 ‘폭염전망’ 보도자료를 통해 “동풍의 영향을 받는 동해안을 중심으로 6~7일 비가 내리겠다. 이 비는 대기 중층에 찬 공기가 위치하는 가운데 대기 하층으로 동풍이 유입되면서 내리는 비로 강수 지속시간이 길어 강수량이 다소 많은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강수량도 5~50㎜로 예상했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전날 기자들한테 보낸 폭염 전망 설명자료에서 “기후 수치예보모델(프로그램)들이 6~7일 북쪽 한기가 우리나라 중부지방까지 내려오면서 100㎜ 이상의 많은 강수를 예측하고 최고기온도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예측했지만, 분석 결과 모델 결과의 오차가 클 것으로 보아 실제 예보에 반영을 하지 않았다. 현재 기압계에서 막강한 고기압이 수치모델 결과처럼 북쪽 한기 유입에 따라 누그러질지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예측한 대로 중부지방의 강수는 일부 지역(서울 강남 51.0㎜)을 제외하고 모두 50㎜ 이하에 그치고 북쪽 한기가 폭염을 누그러뜨리지도 못했다. 수치예보모델의 예측은 빗나갔다. 동해안 지역의 강수도 시간이 길고 강수량도 많았다. 하지만 비는 예상 강수량 최고 50㎜를 다섯배 이상 넘는 많은 양이 쏟아졌다. 기상청은 왜 엄청난 폭우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과 교수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에 따른 이상 폭우 패턴 때문일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동해안 강수는 고온다습한 동풍이 유입되고 북쪽에서 한기가 내려올 때면 백두대간을 넘어가면서 지리하게 비를 내리는 형태를 띤다. 이번에도 유입된 동풍이 일본 도쿄 쪽에 자리한 저기압을 따라 내려온 오호츠크해 상공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 비를 뿌릴 것으로 예측됐다. 또 남쪽 바다에서 들어온 고온다습한 기류는 백두대간을 넘으며 서쪽 지역에 비를 뿌린 뒤 동해안으로 넘어갈 때면 건조한 상태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공기가 고도 1㎞를 상승하면 온도가 5도 낮아져 단열압축하면서 수증기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구름이 만들어져 비로 내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하지만 이번에 폭염으로 서쪽에서 넘어가는 고온다습한 공기의 온도가 워낙 높아 단열압축에 의한 강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증기가 포함된 상태로 동쪽으로 넘어가고, 북쪽에서 내려온 한기와 만나면서 폭우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상 패턴은 과거에 없던 현상이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도 “우리나라 남서쪽의 작은 고기압 영향으로 들어온 서풍과 동풍이 700m 중층의 한기와 동시에 만나면서 강한 비구름이 발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동해안의 동풍에 의한 비는 백두대간 영향으로 지리하게 내리는 경향이 있다. 또 고온다습한 남서류와 북쪽 한기가 만나 발생한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가 오는 경우는 주로 내륙지방에서 관측된다. 이번처럼 서풍과 동풍에 의한 강수 형태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집중호우를 만든 경우는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현재까지 분석으로는 유례 없는 폭염 패턴이 유례없는 강수 패턴을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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