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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12 09:54 수정 : 2018.08.13 09:43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열사병 등 온열질환을 앓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사슴1단지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부채를 옆에 두고 식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안녕하세요. 8월부터 사회정책팀에서 보건의료, 복지, 여성 기사를 쓰고 있는 황예랑입니다. 찜통 더위에 폭염 기사 쓰느라 열 내다가, ‘친절한 기자들’에서도 처음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7월 중순부터 열사병, 일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8월9일 현재까지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온열질환 사망자는 45명에 이릅니다.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3644명. 기록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로 최대치입니다. 한국 만이 아닙니다. 캐나다, 일본 등에서도 수십에서 수백 명이 폭염 때문에 숨졌다고 합니다. 폭염은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립니다. 태풍, 지진, 폭설 등 다른 자연재해와 달리 폭염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고, 노인, 노숙자, 저소득층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취약계층들이 ‘조용히’ 죽어가기 때문입니다.

올여름 폭염 탓에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 특히 취약계층이 고통을 겪은 걸까요?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가늠해볼 수는 있습니다.

첫 번째가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신고된 환자들의 숫자입니다. 열사병과 열탈진 등으로 전국 500여곳의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응급실 간호사가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면 질병관리본부가 이를 집계해 날마다 발표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구체적인 얼굴’이 잘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65살 이상의 노인 비중, 실외 작업장 발생 빈도 등의 정보는 집계되지만, 환자들의 소득 수준은 어떤지, 홀몸노인이 많은지, 집에 에어컨은 있는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이웃이나 가족은 있었는지 등의 ’사회적 요소’들은 확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온열질환자 감시체계를 처음 운영했던 2012년에는 좀 달랐습니다. 사망자에 대해서만큼은 유족 인터뷰를 통해 동거인 수, 선풍기 및 에어컨 보유 개수, 창문 유무, 지역 모임 등 사회활동 횟수 등을 기록하도록 했거든요.

앞서 사회학, 보건학의 관점에서 비슷한 연구들이 진행된 바 있습니다.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700명 가까이 숨지자,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노인, 빈곤, 고립, 의료 접근성, 지역, 인종 분포 등을 근거로 이들의 죽음을 ’사회적 해부’ 했습니다. 최근 출간된 <폭염사회>에 담겨있는 이야기입니다.

폭염은 불평등한 사회적 재난입니다. 주로 저소득층이 많은 의료급여 1·2종 수급권자 가운데 온열질환자가 많고, 홀몸노인이 많거나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온열질환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8월6일치 한겨레 기사(’약자에 더 가혹한 폭염...서울 사망 3명 중 2명이’)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사였습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만이 아니라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건강보험 가입 환자들도 많을 거다. 고령의 저소득층 홀몸 여성 노인들이 특히 응급실에 많이 실려왔다.” 김대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게 물었더니 “예년보다 초기 체온이 42도가 넘는 열사병 중증 환자들이 특히 많았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역학조사가 의무화된 감염병과 달리, 자발적인 신고 시스템이라 ’능동적 감시’가 안 된다는 걱정도 덧붙였습니다. 응급실에서 신고하지 않은 온열질환자가 많으리라는 추정도 했습니다.

정확한 추정을 위해 질병관리본부 집계 대신에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나 건강보험공단의 온열질환 진료비 데이터 등을 활용하면 좀더 구체적인 정보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소득분위별 분석을 통해 폭염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피해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접근이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죠.

세 번째로는 학계에서 사용하는 ’초과사망자(excess deaths)’ 개념으로 피해 규모를 추정해보는 방식이 있습니다. 폭염 시기에 기록된 사망률과 비슷한 시기 평균 사망률을 비교해, 평균보다 넘는 사망 인원을 초과사망자로 파악하는 것이죠. 9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7월 한달간 사망 신고한 사람이 2만3868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전년 7월보다 2371명 늘었다고 하네요. 모두 폭염 때문에 숨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2371명은 초과사망자에 해당합니다.

왜 이렇게 숫자와 통계에 집착하냐고요? 폭염이 어떤 계층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후속대책도 나올테니까요. 게다가 올여름 폭염은 징후적입니다. 다음에는 분명 ‘더 센 녀석’이 올 것만 같거든요.

황예랑 사회에디터석 사회정책팀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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