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14 15:47
수정 : 2018.08.14 16:04
주변 기온 내려가는지 효과 불분명
“뜨거운 돌 위에 물 뿌리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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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일본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인 섭씨 41.1도가 기록됐을 때의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 풍경. 구마가야/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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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는 일본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7월24일~8월9일) 무더위 대책으로 도로에 물을 뿌려서 온도를 낮출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벌어졌다. 하지만, 분명한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쿄도는 13일 도쿄올림픽 마라톤 코스인 지요다구 주변 도로에 농업용 호스를 이용해 바닥에 물을 흩뿌린 뒤 바닥 온도와 주위 기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실험을 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이 14일 보도했다. 실험은 길이 120m가량 농업용 호스에 작은 구멍을 뚫어서 물을 바닥에 흩뿌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물을 뿌린 바닥 온도가 주위 기온보다 최대 5.3도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온이 34도를 넘은 곳에서도 물을 흩뿌린 바닥 온도는 30도 이하에 그쳤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달리는 바닥 윗부분의 온도는 지역에 따라 오르기도 했다.
도쿄도는 대기에 방출된 물의 미립자가 햇빛을 산란시켜 지표면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이 줄이는 ‘양산 효과’(umbrella effect)를 기대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 결과는 나오지 않은 것이다. 도쿄도 담당자는 “날도 흐리고 실험 때 몰려든 사람 탓에 기온이 왔다 갔다 했을 수 있다”며 당혹해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일본 기상청이 최근 30년간 도쿄의 날씨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7월24일 온도가 30도를 넘어선 뒤, 8월2일부터 9일까지 평균기온이 31.1도로 연중 가장 더운 날이 이어진다.
도쿄도와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폭염을 막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중이다. 경기장 주변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을 위해 미세한 물안개를 뿌리는 기계나 대형 텐트에 냉풍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마라톤 코스로 정해진 도로엔 햇빛을 반사하는 특수 도료를 바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효과를 얻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의견이 많다. 마쓰모토 다카아키 주쿄대(환경생리학)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올림픽 기간 중 폭염을 잡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지만, “뜨거운 돌 위에 물을 뿌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똑 부러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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