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27 04:59
수정 : 2018.08.2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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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이미선 문화방송(MBC) 해설위원(왼쪽)과 김은혜 한국방송(K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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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나란히 KBS·MBC에서 남북단일팀 해설
이 “남·북 없이 우리는 하나다” 실감
김 “북 선수들 부족한 자리 잘 메워져”
“단일팀에 많은 관심 가져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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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이미선 문화방송(MBC) 해설위원(왼쪽)과 김은혜 한국방송(K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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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랑 라이벌이죠.(웃음) 농담이예요.”(김은혜 한국방송 여자농구 해설위원)
“은혜랑 라이벌이라고 1도 생각해 본적 없어죠.(웃음)”(이미선 문화방송 여자농구 해설위원)
왕년의 여자농구 스타 이미선(39)과 김은혜(36)가 해설자로 변신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둘은 26일 남북 단일팀 ‘코리아’와 타이의 여자농구 8강전을 비롯해 맛깔나는 해설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농구는 이미선 위원이 선배지만 중계방송 해설은 김은혜 위원이 먼저 시작했다. 김 위원은 숭의여고 시절부터 장신 슈터로 기대를 모았고, 2001년 우리은행에 입단한 뒤 ‘얼짱 슈터’라는 별명을 얻으며 많은 인기를 모았다. 우리은행에서만 12년을 뛰다가 2013년 코트를 떠난 뒤 2016년부터 한국방송(KBS) 여자프로농구 해설위원으로 돌아왔다.
광주 수피아여고 출신인 이미선 위원은 전주원(46) 우리은행 코치의 계보를 잇는 포인트가드로 맹활약했다. 이 위원 역시 1997년부터 2016년 은퇴할 때까지 줄곧 삼성생명에서만 20년을 뛰었고, ‘코트의 여우’라는 별명답게 가로채기는 통산 1위(1107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삼성생명 코치인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문화방송(MBC) 해설위원으로 위촉돼 처음 중계석에 앉았다. 에스비에스(SBS)는 전주원 코치를 해설위원으로 영입했지만 자카르타가 아닌 스튜디오에서 중계하고 있다.
두 해설위원은 선수 시절 아시안게임과 인연이 깊다. 이미선 위원은 2002 부산, 2010 광저우, 2014 인천 등 3번, 김은혜 위원은 이 위원이 부상으로 빠진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이미선 위원은 2010년 광저우 대회 결승전에서 1점 뒤지던 종료 직전 상대 공을 가로채기해 역전골을 성공시켰지만 반칙으로 선언돼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그는 “분명히 파울이 아니었다. 게다가 가까이 있던 심판이 아니라 멀리 있던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며 8년 전 일을 돌아봤다.
남북 단일팀 중계에 대한 감회도 털어놨다. 이 위원은 “중계하다 보면 남쪽 선수, 북쪽 선수 할 것 없이 그냥 우리팀이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했고, 김 위원도 “북쪽 선수들이 부족한 포지션을 잘 메워주며 큰 힘이 되고 있다. 정말 보기 좋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단일팀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적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둘은 상대 해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이 위원은 “은혜는 노련하고 안정적으로 해설한다”고 했고, 김 위원은 “언니는 목소리 톤도 좋고 진정성 있는 해설을 한다”고 치켜세웠다.
둘은 선수 시절 포지션이 달라 서로 매치업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둘이 잊지 못하는 경기가 있다. 김은혜 위원의 우리은행이 1점 앞서던 상황에서 6초 가량 남기고 삼성생명 이미선 위원한테 역전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김 위원은 “미선 언니를 막아보겠다고 자원했다가 그만 레이없슛을 허용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위원은 “용인 경기였는데 선명하게 기억난다”며 껄껄 웃었다.
둘은 중계석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코트의 선수들과 함께 한다. 김 위원은 “연장에서 아쉽게 2점 차로 진 대만과의 경기에서 한골 한골 넣을 때마다 엉덩이를 열번 넘게 들썩였다”며 웃었고, 이 위원은 “처음 해설할 땐 어리버리했는데 선수들 입장에서 몰입하니 잘 되더라”고 했다.
둘은 “여자농구가 침체돼 있지만 2020 도쿄올림픽까지 좋은 성적으로 다시 과거 인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 자카르타/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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