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27 15:18
수정 : 2018.08.2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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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대3 남자농구 대표팀 정한신 감독과 김낙현, 안영준, 양홍석(왼쪽부터)이 26일 밤 시상식이 끝난 뒤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인태는 경기 뒤 도핑 검사 때문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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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사마통신]
심판 아쉬운 판정에 금메달 놓쳤지만
의젓하고 의연한 태도로 박수 받아
열악한 협회 지원 속 기대 이상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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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대3 남자농구 대표팀 정한신 감독과 김낙현, 안영준, 양홍석(왼쪽부터)이 26일 밤 시상식이 끝난 뒤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인태는 경기 뒤 도핑 검사 때문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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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길거리 농구로 불리는 ‘3대3 농구’ 결승전이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GBK) 야외코트는 경쾌한 음악과 화려한 조명으로 들썩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2020 도쿄 올림픽에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관심을 받는 종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애초 메달 가능성이 적어 프로 구단들이 선수를 내놓기 꺼려했다. 남자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3월 각 구단에 출전자격 기준인 23살 이하 선수들을 대상으로 3대3 농구대표팀 선발전 참가신청서를 받았지만 대부분 구단이 선수 부상 우려와 비시즌 훈련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애초 4명씩 8명으로 두 팀을 만들려던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간신히 한 팀을 구성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관심도 지원도 적었던 3대3 농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승승장구했다. 조별리그 4경기와 8강전, 4강전을 모두 이기며 6전 전승을 결승에 올랐고, 중국과의 결승에서도 종료 직전까지 17-15로 앞섰다. 기적을 눈앞에 둔 순간 심판 휘슬이 발목을 잡았다. 종료 4.4초 전 중국 선수가 2점슛(5대5 농구의 3점슛)을 시도할 때 일본인 심판이 김낙현(전자랜드)의 파울을 지적한 것. 중국 선수와 몸 접촉이 없었던 김낙현은 펄쩍뛰었다. 김낙현은 경기 뒤 “분명 파울이 아니었다. 너무 답답하다”며 아쉬워했다.
중국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17-17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연장에서 19-18, 중국의 승리로 끝났다. 한국 선수들은 코트에 눕거나 고개를 파묻은 채 주저앉아 망연자실했다. 병역혜택이 눈앞에서 사라진 현실도 간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의연했다. 승자인 중국 선수들을 축하해줬고, 관중과 자원봉사자들의 사인과 기념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했다. 김낙현은 “판정까지 이겨내야 진정한 승자”라고 했고, 안영준도 “마지막에 운이 따라주지 않았지만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한신 감독은 “(의연한)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다”고 했다. 아쉬움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 이들이 진정한 승자였다.
글·사진 자카르타/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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