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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2 05:00 수정 : 2018.08.22 09:27

[논쟁-국민연금 개혁] ③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국민연금 개혁은 풀기 쉽지 않은 고차방정식이다. 한겨레는 좀 더 생산적인 논의에 보탬이 되고자 ‘논쟁의 장’을 마련했다. 세번째 글의 필자인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2018년 수준(45%)에서 더 이상 내려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노후소득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부분 나라에서 연금 개혁은 쉽지 않았다. 30년 역사에서 크게 두차례 제도 개혁을 실시한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성실히 제도를 믿고 따랐는데, 그 제도가 안정적이지 못해 개혁해야 한다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한 세대가 젊어서 보험료를 내고, 늙어서 연금을 받는다. 평균소득 등을 기준으로 보면, 보험료를 낼 때의 사회보다는 연금을 받을 때의 사회가 풍요롭다. 국민연금이 임금 상승을 고려하여 급여액을 책정하는 이유이며, 미래세대가 조금이라도 더 부담하도록 설계된 이유다. 소득이 200만원인 사회에서 18만원의 보험료를 내라고 했다면, 소득이 300만원인 사회에서는 27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라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보험으로서 국민연금이 내재하고 있는 속성이고, 복지국가와 사회가 성숙하는 과정이다. 그간 그 본질이 너무 무시되었다.

미래세대가 현세대만큼의 규모라면 제도는 부드럽게 관리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미래세대는 덜 태어나고, 현세대는 더 오래 살기 시작했다. 국민연금 제도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먼 미래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그려봐야 하는 이유다. 먼저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쌓아둔 기금은 2057년에 소진된다. 현재 제도가 그대로 운영된다는 가정하에 그렇다. 그 이후 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논의에 미리 나서야 한다.

연금을 받는 노인이 1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2060년 사회에서 1300만명이 내는 보험료로만 급여를 충당한다는 것도, 그렇다고 1700만명 몫의 연금 급여액을 미리 모아놓자는 것도 난센스다. 앞으로의 연금제도 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밑그림으로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격론 끝에 두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하나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5%로 고정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금 보험료를 소득의 13.5%로 고정하자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고정하면 보험료율이 올라가고, 보험료율을 고정하면 급여가 깎인다. 두가지 중 필자가 지지하는 안의 내용은 이렇다.

국민연금에서 받는 급여를 높이고(소득대체율 40%→45%로 조정), 소득대체율 인상에 필요한 보험료는 즉각 인상한다(보험료율 9%→11%로 조정). 소득대체율 45%를 앞으로 더 낮추지 말고, 미래세대 부담이 더 과해지기 전에 보험료율을 조정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미리 준비하는 시기는 30년으로 하는데, 이 정도면 다가올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30년씩 미래를 두고 살펴보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예산도 투입하고, 또 일하는 노인이 많아지는 시점에는 수급연령도 늦춘다. 그렇지만 이러한 변화를 지금 모두 결정하지는 말고, 5년마다 사회적 합의로 결정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소득대체율 45%도 충분하지 않다. 최소 생활수준 유지에 부족한 사람은 기초연금으로 보태주고, 적정 생활수준 유지는 퇴직연금으로 기능하게 해야 한다. 퇴직 연령과 수급 연령의 커져가는 간극을 메우는 것만으로도 퇴직연금은 버겁다.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의 역할은 국민연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는 것이어야 한다.

보험료율을 올려서라도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하고, 미래세대와 부담을 나눌 수밖에 없다고 한 이유는 이렇다. 국민연금이 제 구실을 못하여 노인빈곤율이 높은 사회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 등 공공부조 제도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다시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몫이다. 미리 지금부터 노후빈곤에 대비하는 것이 미래세대와 공생하는 방법이다.

국민연금의 미래를 어떤 방식으로 운용해야 할지 결정할 때가 되었다. 국민연금의 역할을 더 줄이겠다는 것은 국민의 마음속에서 국민연금을 지워버릴 심산으로 읽힌다. 책임 있는 대안이 아니다. 특히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계속 낮아진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급여 인하 흐름을 되돌리기가 더 어려워진다.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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