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4 21:53
수정 : 2018.09.1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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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시행 첫날인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상품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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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대책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무서워
팔기보다 기존 집 임대 등록
당분간 매물잠김 현상 이어질 듯
대출 봉쇄로 가수요 억제 효과
“추격매수 투자자 발 묶었지만
강남 뭉칫돈 갭투자엔 안 통해”
“분양권 무주택 제외 잘한 조처
‘선수’들은 분양권 거래로 돈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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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시행 첫날인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상품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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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직후 서울 부동산시장은 거래가 끊기고 문의만 있는 ‘눈치보기’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 업계에선 당분간 거래량이 줄면서 이번 대책이 끼칠 효과를 가늠하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거래 문의는 크게 줄어든 가운데 오전부터 집값 전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간간이 걸려왔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집을 산 2주택자들이 보유세 증가를 조금 걱정하면서 집값 전망을 문의해 왔다”며 “2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내년부터 세금 부담이 두배 이상 늘겠지만, 집값이 오른 것에 견주면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2주택 이상 보유자 처지에선 보유세가 강화됐지만,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집을 파는 것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당장 급매물이 나온다든가 호가가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에 매수 희망자들은 당분간 집값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한동안 거래가 끊길 것 같다”고 예상했다.
기존 다주택자들의 경우, 보유 물량을 내놓기보다는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으로 기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서울 등 조정대상 지역에서 이번 대책 발표일 이후 신규로 주택을 사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에는 양도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 과세 배제 혜택을 없앴다. 하지만 기존에 보유한 주택을 등록하는 경우에는 종전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아직 임대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다주택자도 기존 보유 전용면적 85㎡ 이하, 수도권 공시가격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주택을 지금이라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세제 감면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가·대형 아파트가 아닌 중소형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들에겐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에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존 다주택자의 출구는 여전히 임대주택 등록뿐인 것 같다. 임대 등록을 하지 않고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임대주택 등록이 급증하면서 야기된 ‘매물 잠김’ 현상이 이어질 공산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1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 때 사실상 대출을 봉쇄한 조처가 가수요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이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사는 행위를 봉쇄하게 돼, 최근 불붙었던 투자용 주택 매수를 억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의 대출 부분은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의 규제로, 사두면 오를 것이라고 보고 추격매수에 나서려는 투자자의 발을 묶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남권 등 고가주택 지역에선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상훈 신한은행 피더블유엠(PWM) 압구정센터 팀장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선 전세를 끼고 자기 보유 현금을 더해 집을 사는 사람도 많아 대출 규제가 잘 안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분양권·입주권 소유자를 무주택자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최근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기승을 부리는 투기 행위를 억제할 적절한 조처라는 평가도 나왔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분양권을 가진 것도 유주택자로 보고 아파트 청약시장 진입을 막은 것은 늦었지만 잘한 조처다. 그동안 이 업계 ‘선수’들은 분양권을 거래해서 큰돈을 벌어왔다”고 말했다.
최종훈 정세라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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