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4 17:06
수정 : 2018.10.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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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대책’ 뒤 수도권 주택시장이 급등세에서는 벗어난 모습이다. 서울 지역 한 아파트 단지.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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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대책’ 뒤 수도권 주택시장이 급등세에서는 벗어난 모습이다. 서울 지역 한 아파트 단지.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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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의 통계를 보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뒤 한달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상승률은 0.86%다. 발표 직전 한달 2.82%에 견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자료에서는 9월3일 기준 0.47%까지 높아졌던 주간 상승률이 대책 발표 뒤인 17일 0.26%, 24일 0.10%, 10월1일 0.09%, 8일 0.07%로 나타났다. 실거래 상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상 한계가 있지만, 9·13 대책 뒤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집값 급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졌던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정부 당국으로선 이런 통계치에 가슴을 쓸어내릴지 모르겠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부동산114, 한국감정원 자료 모두에서 상승률이 둔해진 것이지, 내림세로 돌아선 게 아니다. 지금 같은 저금리·저성장 상황에서 한달 0.86%, 주간 0.07% 상승률도 낮다고만 할 수는 없다. 거래가 거의 끊겼다는 점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른 서울지역 아파트 하루 평균 거래량은 9월1~12일 197건에서 10월1~11일 18건이어서 10분의 1로 줄었다. 숨죽인 관망세로 보인다. 돌발 변수에 따라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경계심을 품어야 할 대목이다. 단기 급반등 뒤의 소강 국면을 정부 대책의 효과에 힘입은 안정세라고 잘못 판단하고 있을 수도 있다.
대출 규제 외에 9·13 대책의 주요 축인 종합부동산세 강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는 각각 관련 법안 처리, 지방자치단체 협조라는 문턱을 넘어서야 하는 미결과제라는 사정도 있다. 최고 세율을 3.2%로 올리고, 인상 상한선을 전년 대비 300%(현행 150%)로 올리는 내용을 포함한 종합부동산세 강화는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한 뒤에나 가능하다. 집값 안정을 바라는 민심을 생각해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 쪽도 이 문제만큼은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달 21일로 미뤄 발표한 ‘3기 새도시 건설’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공급 확대 방안은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주춤거리고 있다. 공공주택이 들어서는 데 따른 교통 혼잡, 집값 하락 걱정 탓이다. 서민 주거 안정이란 숙제를 풀기 위해 중앙정부의 정책 리더십 발휘가 절실하다.
국내외 어두운 경제 사정에 비춰 ‘부동산 시장 찬바람’ ‘거래 절벽’ 같은 호들갑에 이어, 주택시장 안정책의 고삐를 늦춰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개연성이 없지 않다. 여기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주택시장 안정책은 경기 변동에 따라 자주 바꿀 성질의 것이 아님을 정부 당국은 잘 알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을 꾸준하게 지켜나가는 게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9·13, 9·21 대책의 후속 조처에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며, 나아가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토지공개념 입법이라는 근원적인 처방도 적극 검토·추진해야 한다. 집값 급등기에 갖가지 정책을 쏟아낸 뒤 안정 분위기라고 흐지부지 물러서는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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