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1 16:51
수정 : 2019.01.01 19:28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활동이 부진하면 걱정을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유명 연예인이라면 아무리 사정이 어렵더라도 보통 사람이 걱정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호날두 걱정” “김연경 걱정” 식으로 변형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팬의 입장에서 좋아하는 스타를 걱정하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니 문제 될 건 없다.
정말 쓸데없는 걱정 중 하나가 보수언론의 ‘집부자 걱정’이다. 최근 한국감정원이 ‘2019년 표준 단독주택 공시 예정가격’을 공개하자, 보수언론들이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했다”고 주장한다. 한국감정원은 해마다 전국적으로 선정한 표준 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해 단독주택은 매년 1월, 아파트는 4월 확정하는데 그에 앞서 예정가격을 공개해 이의신청을 받는다. 개별 주택의 공시가격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표준 주택을 참고해 결정한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과세 기준이 된다.
보수언론들은 보유세 폭탄 사례로 재벌 총수 등이 모여 사는 부자 동네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을 소개한다. 이곳의 표준 주택 112가구의 평균 공시가격이 지난해 14억6천만원에서 올해 21억9천만원으로 50% 오른다. 한 예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자택이 등장한다. 이 회장의 자택(대지 1759㎡) 공시가격이 지난해 169억원에서 올해 270억원으로 101억원(60%) 오른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평균 50%인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 자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60% 올라도 여전히 시가 대비 반영률이 80% 수준에 그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 약 1억2천만원에서 올해 1억7천만원으로 5천만원가량 늘어난다. 그래도 시가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은 0.5%에 불과하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실거래가의 80%’를 목표로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에 착수했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없던 일’이 돼버렸다. 현재 실거래가 반영률은 단독주택이 50%, 아파트는 60~70%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저가 주택보다 고가 주택의 반영률이 낮아 조세 형평성을 해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8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을 밝혔다. 주택시장 안정과 조세 정의를 위해 집값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분을 2019년 공시가격에 반영하고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의 실거래가 반영률 차이도 조정하겠다고 했다. 가격이 많이 오른 고가 주택은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오르지만 그렇지 않은 주택은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수언론들이 일부 고가 주택을 사례로 들어 “경제도 어려운데 세금 폭탄까지 퍼붓는다”고 주장한다. 조세 저항을 부추겨 보유세 정상화를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진짜 이유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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