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22 05:01
수정 : 2018.10.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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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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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교통공사 ‘채용세습’ 논란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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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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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공사의 무기계약직 채용과 이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공사 직원의 가족 등 친인척이 무더기로 특혜채용 됐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의혹을 처음 제기한 자유한국당은 이번 사안을 ‘문재인·박원순·민주노총이 얽힌 권력형 채용비리’로 규정하고 공공기관 전반으로까지 의혹을 확산시키는 모양새입니다. 보수언론들도 이에 발맞춰 관련 의혹을 확대재생산하며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있다고 몰아세웁니다.
의혹의 핵심은 지난 3월1일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서울교통공사 직원 1285명 가운데 108명(8.4%)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어서 직원 채용 및 정규직 전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제기하는 의혹과 서울시·서울교통공사의 해명은 크게 엇갈립니다. 이른바 ‘고용세습’ 의혹을 둘러싼 논란과 사실관계를 정리해봤습니다.
■ 친인척 특혜채용인가, 정당한 채용인가?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특혜채용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사실 1년여 전입니다. 당시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전·현직 직원의 자녀를 무기계약직으로 특혜채용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당시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고, 이들이 실제 정규직으로 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1년 뒤, 같은 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좀 더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합니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사가 지난 3월1일 정규직으로 전환한 무기계약직 1285명 가운데 108명(8.4%)은 재직자의 친인척으로, 이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세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보수매체들도 연일 ‘비리’ ‘세습’ 등의 표현을 써가며 주요하게 보도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무기계약직이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내부 정보를 미리 입수한 공사 직원들이 친인척에게 무기계약직에 지원하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설명은 다릅니다. 공사는 지목된 108명 가운데 34명은 2016년 발생한 이른바 ‘구의역 김군 사고’ 이전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인원이라고 설명합니다. 구의역 사고 직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시작됐기 때문에, 그 전에 무기계약직이 된 직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알고 무기계약직에 지원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들 34명을 뺀 나머지 74명 가운데 36명은 사고를 당한 김군과 같은 민간위탁업체 소속으로 “사고 이후 안전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들 업체를 직영화하는 과정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다”고 공사는 이야기합니다. 특히 이들은 제한경쟁 과정을 거쳐 채용됐는데, 유사·동일 업무 경험, 면허·자격증 등 일반 채용조건을 충족했다는 것이 공사 쪽 설명입니다. 또한 74명 가운데 36명을 제외한 나머지 38명은 일반 직원과 똑같은 공개채용 전형(서울메트로 서류·면접, 도시철도공사 필기·면접)을 통해 선발했다고 합니다.
■ 친인척 정규직 전환자 108명(8.4%)이 전부인가?
이번 의혹과 관련해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 가운데 공사 직원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직원이 108명인지, 이보다 많은지 여부입니다. 유민봉 의원은 올해 3월 서울교통공사가 벌인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 1285명 가운데 11.2%만 응답해 108명만 친인척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0%가량만 응답했으니, 전수조사를 하면 그 규모가 108명의 10배인 1080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사는 “해당 조사가 공사 1만7084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99.8%(1만7045명)가 참여했다”고 해명했습니다. ‘11.2%’는 응답률이 아니라, 직원 가운데 “사내에 친인척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라는 것입니다. 공사는 전체 직원 가운데 1912명(11.2%)이 직원 중에 친인척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당 문제 제기
“정규직 전환 1285명 중 108명이
재직자 친인척…새로운 고용세습”
재직자들 내부정보 이용 의혹도
특혜 아니라는 서울시·교통공사
34명은 ‘정규직화 방침’ 전 무기전환
36명은 구의역 사고 뒤 직영화 사례
38명은 일반직원처럼 공채 통해 뽑아
특혜여부는 증거로 판단해야
두 공사 통합돼 사내부부 많다지만
교통공사 사장도 ‘친인척 과다’ 인정
결과적 수치보다 부조리 증거가 열쇠
문제는 조사의 신뢰도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공사 인사처장이 자신의 아내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을 감추다 들통난데 이어, 현직 간부가 아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지만, 108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지난 20일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당 간부가 설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 간부는 채용비리 의혹과 거리가 멀다”고 했습니다. 이 간부의 아들이 최초 입사한 곳은 서울교통공사가 아니라 서울메트로였고, 당시 이 간부는 도시철도공사에 재직 중이었으며, 두 회사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된 뒤 아들은 무기계약직 공채 절차를 밟아 입사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이 사례는 공사의 조사 결과를 온전히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재직자 8.4% 친인척 관계…적다고 볼 수 있나?
공사 주장대로 전체 직원 가운데 11.2%가 친인척 관계에 있고, 지난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중 이 비율이 8.4%라면, 이 수치는 다른 기관이나 직장과 견줘 어느 정도일까요?
공사 쪽은 사내 가족 비율이 높은 이유를 묻자 “사내부부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전에 가족이 각각 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를 다니다가 지난해 이 두 회사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면서 한 회사에 다니게 된 비율이 가족 관계에 있는 공사 직원의 25% 정도 된다고 합니다. 다른 곳은 어떨까요?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만 놓고 봐도 친인척 관계에 있는 직원들이 전체의 8~10% 정도는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함께 근무하다가 결혼한 부부도 있고, 자녀나 친척에게 공무원에 지원하라고 권해 공무원이 된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가족 4명이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예전 기사를 찾아보니, 2008년에 “신한은행에는 사내결혼한 커플이 563쌍(1126명) 있다. 전 직원(1만4000명)의 8%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사내부부가 8%라면, ‘친인척’으로 조사 범위를 넓히면 관련 직원 수가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조직의 특성상 11.2%나 8.4%가 많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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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왼쪽 둘째)이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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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용 과정 특혜 여부 밝히는 일이 핵심
서울시나 공사는 공정한 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기업에서 가족 관계에 있는 직원 비율이 11.2%에 달하고, 올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 가운데 이 비율이 8.4%에 달한다는 것은 국민정서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도 지난 18일 서울시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결과적으로 교통공사에 친인척이 많이 채용된 것은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시는 오는 23일 감사원에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한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에서는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방식이든 결과만 갖고서 특혜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채용 과정이 정당하고 적절했는지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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