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9 22:22
수정 : 2020.01.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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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위원장 내정까지의 경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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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간담회]
내부정보 접근방안 등 답변 부실
삼바 회계 다룰 전문위원도 없어
김 “외부 전문가의 도움 받을 것”
재판 중인 ‘이재용 뇌물’ 등 빼고
감시위 설치 뒤 사건만 다루기로
업무영역 제한적이란 고백한 셈
“부당행위 한 임직원에 책임 묻는
구체적 조건 수립해야” 지적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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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위원장 내정까지의 경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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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을 갖추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11층 회의실에서 열린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전 대법관)의 기자간담회에 삼성그룹 관계자는 한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회도 임성택 지평 변호사, 안내는 지평 홍보팀이 맡았다. 그동안 삼성그룹 쪽은 감시위 위원 구성과 운영에 대해 일절 “알 수 없다”고만 밝혀왔다. 이런 ‘모양새’만큼이나 감시위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준법 감시’라는 제구실을 할지는 의문이 남는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위원장 제의를 받아들이는 과정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제안이 왔을 때 처음엔 거절했다. (삼성의) 진정한 의지에 대한 의심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앞서 또 다른 저명한 진보 법조인도 위원장직을 제안받았으나 비슷한 이유로 수락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점을 언급하며 “재판에서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기 위한 면피용이 아니냐”고 의심했다고도 했다.
의심을 풀어준 건 이 부회장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가 감시위 활동의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봤다.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그 부분에 거듭 다짐과 확답을 받았다. 이 부회장이 (나의 요구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위원 구성도 삼성 추천이나 권고 없이 스스로 했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그러나 취재진과 질의응답이 진행되면서 감시위가 제 기능을 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김 위원장은 충분히 풀어내지 못했다. 기업 내부 정보 접근성과 각 계열사에 대한 사업 전문성, 제재 이행 강제권한 등 민감한 질문에는 “설명 기회가 또 있을 것” “위원들과 검토할 사안” “잘 모른다”는 말로 김 위원장은 물러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사건처럼 감시위에 회계 전문가가 없다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 도움을 받으려 한다. 사무국도 만들 생각”이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사무국의 규모나 구성 방식도 “앞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만 밝혔다.
스스로 감시위의 활동 범위를 좁히는 언급도 있었다. 현재 재판 중인 노조와해 사건, 증거인멸 사건, 이 부회장의 뇌물사건에 대한 감시위의 역할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김 위원장은 “(감시위가) 설치된 이후의 사안을 중심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준법 감시는 불법 예방만큼이나 이미 발생한 행위에 대한 조처도 중요한 업무 영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김 위원장의 이 설명은 업무 영역에 제한이 있다는 고백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준법감시 분야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는 “삼성의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제도는 이미 외국 기업들도 배워 갈 만큼 선진적이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법보다 조직에 충성한 임직원이 승진하는 사례가 반복됐고 결국 컴플라이언스 실패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 기업들은 횡령, 회계 오류 등 부당행위를 한 임원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제도가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거의 도입이 안 돼 있다”며 “준법감시 조직이 부당행위를 한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구체적인 조건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삼성그룹이 출자 구조가 얽혀 있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터라 감시위의 법적 권한과 책임이 취약한 것은 감시위가 안고 있는 근본적 한계다. 엘지(LG)·에스케이(SK) 등 지주회사 체제의 그룹에선 지주회사에 법적 권한이 있는 감시위를 설치하고 계열사 전반을 관장할 수 있다.
송채경화 신다은 기자
khson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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