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25 13:39
수정 : 2018.10.2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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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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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공공성 강화 방안 발표
내년까지 우선 1천개 학급 늘려, 유치원생 2만여명 더 수용 계획
수도권 등 수요 많은 곳에 집중 “2021년까지 취원율 40%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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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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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부와 여당이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국공립유치원 확대이며 유아교육을 공교육의 영역으로 보고 국가가 이를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에 국공립유치원 500학급을 확대한다는 기본 계획에 더해 같은 해 하반기에 국공립유치원 500학급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만 3~5살의 한 학급 인원이 16~26명인 점을 고려하면 국공립유치원생이 내년에만 2만2천명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2022년에 국공립 취원율 40%를 달성하겠다던 계획도 1년 앞당겨진다. 이날 정부 대책을 두고 교육계는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 국공립유치원 1천곳 어디에? “집 근처에 국공립이 있으면 좋은데 원거리 통학이 불편해 어쩔 수 없이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유치원 종합대책 발표에 앞서, 지난 22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난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은 입을 모아 국공립유치원을 늘려달라고 호소했다. 유치원 수만 따지면 국공립이 53%를 차지하지만, 국공립유치원 보내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국공립유치원의 90% 이상이 초등학교 병설이어서, 남는 공간을 활용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탓이다. 수요가 적은 농어촌 등에 국공립이 많은 이유도 있다. 결국 서울·부산 등 주요 도시는 80% 이상의 아이들이 사립유치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수요’가 있는 곳에 유치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2019년까지 늘리겠다는 국공립유치원 1000학급 가운데 학급 수가 확정된 500학급의 지역별 배치 현황을 보면, 경기도가 158개로 가장 많고 서울(78개)이 뒤를 잇는다. 반면 광주(5개), 대전(7개), 대구(10개), 부산(17개) 지역은 추가 학급 수가 적어 사립유치원 의존을 해소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17년 4월 기준 이들 지역의 국공립 취원율은 10%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공간 부족 등으로 서울시는 취원율 40%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며 “30%까지 늘려보겠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이행계획과 예산 확보 방안이 중요하다”며 “유치원을 지역별로 형평성 있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병설? 단설? 유치원 어떻게 늘리나 서울·경기 등은 도심에서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우선 초·중·고 유휴 부지를 활용한 국공립 증설이 검토된다. 또 다른 대안은 △매입형 공립유치원 △장기 임대형 공립유치원 △공영형 사립유치원 등이다. ‘매입형 공립유치원’은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단설유치원으로 변경하는 것인데, 서울시교육청이 처음 실험에 나서 내년 3월 유치원 한곳이 개원을 앞두고 있다. ‘공영형 유치원’은 교육청이 재정 지원을 늘리는 대신 사립유치원을 개인 소유가 아닌 법인으로 전환하고 유아교육 전문가 등을 개방이사로 참여하게 해 교육 공공성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유치원 모델이다.
교육부는 매입형 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의 ‘퇴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설세훈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유치원이 폐원을 원할 경우 교육청이 매입할 수 있다는 것으로, 국공립유치원 수요가 있는 곳과 취원율이 낮은 곳을 우선 매입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5천억원 정도이며, 정부는 교부금을 활용하되 부족하면 예비비를 들인다는 계획이다.
■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 ‘전환점’ 전문가들은 ‘사적 영역’에 방치된 유아교육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면서 동시에 개인이 세운 유치원의 법인 전환을 유도하고, 앞으로 학교법인 또는 비영리단체만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회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불법행위로 문을 닫은 유치원이 이름만 바꿔 다시 문을 여는 ‘간판갈이’를 금지함으로써 사립유치원에 ‘공공성 강화’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교육학과)는 “법인 전환은 사실상 사회에 기부를 말하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유치원을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했으니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장혜경 중앙대 강사(아동복지학과)는 “국공립으로 100% 전환하지 않더라도 국공립의 비율을 사립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가 펼치는 유아 정책에 대한 통제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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