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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2 18:43 수정 : 2018.11.14 17:49

증선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심의 ‘2라운드’
삼성 이메일 삭제 등 보안점검 뚫고
그룹 미전실 개입 등 결정적 증거 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
<한겨레>는 지난 1일과 2일에 걸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고의성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를 보도했습니다.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2015년 11월 결산을 앞두고 작성한 내부문건입니다. ‘삼성 컨피덴셜(비밀)’이 적힌 문건을 확인한 결과,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 이슈’를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사실과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를 벗기 위해 당시 검토한 것과 다른 해명을 한 정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오로직스, 바이오젠사 콜옵션 회계처리 관련’ 문건을 보면 “통합 물산은 9월 합병시 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 사업가치를 6.9조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 “이와 관련 물산/로직스 감사법인(삼일/삼정)은 로직스도 물산과 동일하게 에피스에 대한 가치를 장부에 반영토록 요구”라고 작성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는 회계변경 건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설명해왔습니다. 2015년 당시 이 두 회사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사회적인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검찰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수사중입니다. 이렇게 민감한 ‘합병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를 두고 고심했다는 문건이 나온 겁니다.

또 삼성바이오는 대응방안으로 ‘바이오젠과 계약서상 콜옵션 관련 조항 수정’ ‘에피스를 연결에서 지분법 평가 자회사로 변경’ ‘에피스를 연결 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손실 최소화’ 등 3가지 안을 만들어 보고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까지 전자우편을 통해 보고됩니다. 미래전략실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는 자료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
<한겨레> 보도 뒤, 또다른 내부 제보자는 보고서가 여러차례 작성된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미전실 부사장과 전무들은 어떤 사항에 대해 검토하라고만 지시한 뒤 본인들이 원하는 안을 가져올 때까지 보고서를 계속 되돌려보낸다. 그러는 과정에서 회사가 이것을 원하는구나 알고 안을 만든다. 오랫동안 검찰수사를 당해 얻은 경험이다.”

현재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렇게 의혹이 제기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관련된 안건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차 심의 결과는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의 합작사 바이오젠과 맺은 콜옵션 사항을 공시에 누락하는데 고의성이 있다며 검찰에 고발조처했습니다. 하지만 고의 분식 회계 부분은 판단을 보류한 상태입니다. 금감원은 재감리를 했고 여전히 삼성바이오가 고의 분식 회계를 했다며 중징계를 요청해, 증선위가 이를 다시 심의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2일 논평을 통해 “삼성바이오가 거짓해명을 하고 있다는 확실한 물증까지 나왔지만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중인 증선위가 또다시 결론을 미루고 있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참여연대가 혐의와 관련된 자들을 이미 고발한 만큼, 검찰은 철저한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고 했습니다.

삼성은 2주에 한번씩 보안점검을 명목으로 전자우편 등을 삭제해 과거 문건이 남아있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만큼 어렵사리 ‘스모킹 건’이 등장했습니다. 삼성 관련 회계사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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