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8 15:08
수정 : 2018.11.18 22:20
증선위 감리위원 이한상 교수 페북에 글
“감리 시작전엔 나도 문제없다 생각했다
삼성은 보여주고 싶은 자료만 내고 결론 유도
금감원이 제출한 증거와 대심절차 통해
삼바·회계법인 코미디 같은 짓 알게돼”
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둘러싼 비판 논지 가운데 하나는 “정권이 바뀐 뒤 분식회계 판단이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이 참석한 질의 회신, 연석회의 등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이미 받았고, 다수의 회계 전문가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감리위 위원으로서 해당 건을 직접 심의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경영학)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논리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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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회사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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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삼성바이오는 왜 회계기준 변경하면서 금감원에 물어보지 않았나
이한상 교수는 “보통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꾸며 원가를 공정가치로 튀겨 순자산과 이익을 수조씩 증가시키는 간 큰 행위를 검토할 때 회사는 대부분 아니 반드시 금융감독원에 ‘비조치의견서’를 구하는데, 삼성바이오는 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조치의견서란 금융회사 등이 특정 행위를 시행하기 이전에 그 행위가 금융법규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금융당국에 사전심사를 청구하고, 금융당국이 이를 심사해 답변해 주는 제도다. 이 교수는 또 “보통 이렇게 큰 회계변경을 하려면 감사인(회계법인)은 내부 심리실을 통해서 반드시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받는데, 기록도 없이 전화로 회의했다고 한다”며 회계법인 쪽의 해명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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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감리 안건 논의를 위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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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 금감원 질의 회신과 연석회의에서 문제없다 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는 증선위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5일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 회신, 연석회의 등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이미 받았다”며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데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썼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상장 전 한국거래소는 모든 상장 예정기업의 리스트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보내고,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그 중 약 60%를 내부기준과 랜덤 방식으로 뽑아 서면감리를 한다”며 “서면감리는 ‘리뷰’에 해당하고, 금감원이 최근 끝낸 혐의감리(inspection·조사)와는 매우 다른 통상의 절차”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니 감리하고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지금 왜 또 감리해서 문제라고 하냐는 거는 시스템에 대한 무지의 발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2017년 1월에 삼성바이오가 금융감독원에 질의하고 금감원이 한국회계기준원과 연석회의를 거친 뒤 회신한 결과에서 ‘문제없음’이라고 답했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 교수는 “(금감원은) 감리가 아니라 질의에 대한 회신을 한 것뿐이고, 그것도 삼성바이오는 자신들이 감사인과 같이 벌인 코미디 같은 디테일은 다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물어보고 들으나 마나 한 결과를 들었을뿐“이라며 “이게 이번 감리결과가 틀렸다 혹은 왜 다르냐의 근거가 되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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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이한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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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4대 회계법인과 회계 교수들도 모두 삼성바이오 쪽이 맞다고 했다?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변경 사안에서 삼일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감사인이고, 삼정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의 감사인이다. 삼정은 증선위에서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천만원을 부과받았고, 삼성바이오 감사업무를 5년간 제한받았다. 또 안진회계법인은 삼정과 함께 삼성바이오의 자산가치를 평가했다. 한영회계법인은 2015년 안진의 추정치를 사용가치로 지지해 준 보고서를 냈다. 공교롭게도 4대 회계법인이 모두 관련됐지만, 이 교수는 “관련됐다고 해서 연결-관계회사 전환에 관해 회계판단을 추인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견강부회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바이오 쪽은 회사의 회계처리 변경을 지지하는 5건의 전문가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김앤장 주도로 국내 주요 회계 교수들이 참여한 것인데,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사실 의견서는 회사가 준 자료를 바탕으로 쓰는 것이다. 나도 감리 시작하기 전에 의견서 몇개를 읽어보고 ‘뭐 삼성바이오로직스 별로 문제없네’ 했었다”며 “감리위원회를 하면서 금감원이 제출한 증거와 대심 절차 등을 통해 삼바와 삼정회계법인이 얼마나 코미디 같은 짓을 했는지 알게 돼 의견이 무혐의에서 고의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삼성이 보여주고 싶은 자료만 보여줘 결론을 유도했다는 것”이라며 “아마 저분(전문가)들도 내가 본 자료 보면 다 의견 바꾸실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이 교수는 “회계문제는 회계문제”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앞으로 시련을 이기면 잘해나갈 수 있는 회사다. 그렇다면 잘못한 회계에 대해서는 일단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점검하고 혹 반성할 점은 없는지 찾아봐야 위대한 회사가 된다”고 글을 맺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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