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21 18:48
수정 : 2018.11.21 23:00
누리집에서 증선위 결정 정면반박
15개항 걸쳐 “회계적 이슈 없다”
증선위 조치통보서 받고서도
행정소송·집행정지 신청 추진
법원에서 수용 땐 시간끌기 가능
당분간 분식 바로잡기 안 해도 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부터 ‘4조5000억원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받고 검찰 고발까지 당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선위 결정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이례적인 ‘불복 선언’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회계처리에 대한 진실공방으로 몰아가 분식회계 이슈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와 관련해) 말을 뒤집었다’는 삼성바이오 쪽 주장이 담긴 기사를 실었다. 삼성바이오가 전날 누리집 ‘이슈 앤 팩트’ 코너에 ‘증선위 결정 및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한 자주 묻는 질문(FAQ)’을 올려 증선위 결정을 정면 반박하자, 이를 거의 그대로 기사에 반영한 것이다. 삼성바이오가 올린 글은 “당사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재무제표는 영업적 측면에서 어떠한 회계적인 이슈도 없다”며 15개 항에 걸쳐 증선위 결정과 <한겨레> 내부문건 보도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분식회계를 한 기업이 ‘검찰’ 격인 금감원의 감리 결과와 ‘법원’ 격인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의 판정 결과에 명시적으로 불복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정부 부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행정소송은 할 수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회계분식이 아니다’라고 정면 반박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위기관리 홍보업체 관계자는 “기업에 이해관계자가 많은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인정하는 꼴이 되니 반박문을 낼 수도 있다”면서도 “논점을 회계적 문제와 실무 선의 문제로 묶게 되면 승계 이슈로 번지는 것을 막고 이재용 부회장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삼성바이오의 반박 배경을 분석했다. 애초 참여연대는 2016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살펴보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발견하고 이를 금감원에 고발했다.
삼성바이오의 이런 대응이 성공할 경우, 향후 법적 절차를 상당히 지연시킬 수 있다. 삼성바이오는 이날 증선위의 조치통보서를 수령했지만 이를 이행하는 대신 이번주 안으로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할 예정이다. 법원에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행정소송 기간 동안 삼성바이오는 회계장부에서 분식 부분을 덜어내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회계에도 당분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의 행보를 소송을 앞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드물게 증선위 결정에 반박문을 낸 것은 투자자도 있고 소송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일 텐데, 소송에 앞서 유리한 방식으로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삼성물산 감리 여부에 대해 여전히 “삼성바이오 재무제표가 수정되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금감원과 증선위가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완 박수지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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