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첫 영장…자회사 간부 2명 증거위조 혐의

금융감독원에 허위 문건 제출하고
증선위 고발 뒤 컴퓨터 자료 없애
검찰, 삼성물산 등 압수수색 이어
고한승 전 에피스 대표 소환조사

회계사 진술 번복으로 수사 급물살
‘경영권 승계’ 대법 재판 물려 주목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임직원 2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이 사건 수사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25일 삼성에피스 양아무개 상무, 이아무개 부장에 대해 증거위조와 증거인멸,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양 상무 등은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위 문건을 작성해 제출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지난해 7월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고발하자, 이들이 압수수색 등에 대비하기 위해 직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직접 확인한 뒤 관련 자료를 삭제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삼성바이오 회계감사 및 기업가치 평가에 관여했던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삼성에 불리한 쪽으로 진술을 바꾼 직후에 이뤄졌다. 삼정케이피엠지(KPMG)와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은 최근 검찰에 나와 “삼성바이오의 요구로 금융당국 조사 등에서 (삼성바이오의 부채인) ‘콜옵션’에 대한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한겨레> 25일치 1면)을 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관련 공시를 의도적으로 누락했고 이를 발판 삼아 삼성바이오 가치를 수조원 부풀렸다며 당국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내자, 삼성 쪽은 ‘대형 회계법인들의 공인 아래 정상적으로 회계 처리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회계사들은 “삼성 쪽 요구로 입을 맞춰 당국 조사 때 거짓 답변을 했다”고 실토했다.

금융당국은 2012년 삼성바이오가 미국 업체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에피스를 설립한 뒤, 2015년 이 회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4조5천억원 규모의 회계사기를 저질렀다며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 본사와 회계법인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지난 3월 삼성물산과 한국거래소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최근에는 삼성에피스의 고한승 대표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옛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삼성이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고의로 부풀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은 없었다’는 논리를 만들어 관련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고 있다. 검찰 수사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추가될 경우 대법원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18일까지 4차례 심리를 통해 쟁점을 상당 부분 정리한 상태다.

임재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