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대부분 미래전략실 출신
미전실 해체 9개월 만에 신설
이재용 최측근 정현호 사장이 팀장
40여명으로 구성 소수정예화
“계열사 간 조율” 삼성 설명과 달리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업무 맡아
삼바 내부자료 조직적 인멸
영장 청구 백 상무는 에피스 출신
TF로 옮겨 삼바 작업 지휘한 듯
그래픽_김지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와 관련한 ‘증거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포착된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는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에서 더욱 강력한 ‘소수 정예’ 미래전략실(미전실) 구실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뒤 쇄신책 차원에서 해체된 미전실 출신의 정현호(59) 사장 등 주요 인사들이 사업지원티에프를 이루고 있는데다, ‘계열사 간 조율’이라는 조직 목적과 달리 이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위한 일을 주로 해온 것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직후인 2017년 2월 삼성은 전면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을 공식 해체했다. 총수 일가를 위한 정치적 로비를 비롯해 각종 불법 행태의 실행 주체로 미전실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뒤였다. 그런데 불과 9개월 만인 그해 11월 삼성은 삼성전자에 사업지원티에프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가운데 발표된 조직개편이었다.
티에프 신설과 함께 이목을 끈 건 팀의 수장이었다. 미전실 해체와 함께 물러난 정현호 사장이 다시 복귀한 것이다. 미전실 사장단 8명 중 유일한 복귀였다. 그가 더욱 주목을 받은 건 이 부회장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 이 부회장과 미국 하버드대에서 함께 공부한 정 사장은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을 가장 자주 면회한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미전실에서도 핵심 중 핵심인 인사지원팀장과 경영지원팀장 등을 맡았다. 당시 그의 복귀가 ‘미전실의 부활’로 해석될 수 있는데도 이 부회장은 그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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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의 지휘 아래 사업지원티에프는 현재 42명으로 운영 중이다. 과거 미전실 규모가 200여명에 달했던 데 견줘 양적으로는 축소된 것이다. 42명 가운데 임원은 14명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정 사장 외에 부사장 4명, 전무 2명 등으로 꾸려졌다. 임원 14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하곤 모두 미전실 출신이다. 결국 같은 인사들로 꾸려진 셈이다. 사업지원티에프는 최근까지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았다. 사업지원티에프는 과거 미전실의 역할 가운데 ‘계열사 간 조율’ 등 최소한의 필수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여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내부 자료가 조직적으로 인멸됐고, ‘1차’ 지시자로 지목된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백아무개(54)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컴퓨터 등에서 이 부회장을 뜻하는 ‘JY’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VIP’, 그리고 ‘합병’ 등의 단어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히 연결돼 있어 사업지원티에프가 주축이 되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은 ‘VIP’도 이 부회장을 지칭한다고 밝혔다.
영장이 청구된 백 상무는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로 발령났는데 그 전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본부에서 임원을 맡고 있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문제를 살피고 있었고 검찰 수사가 임박한 때였다. 바이오에피스 소속 임원을 삼성전자 핵심 부서로 옮긴 것 자체가 증거인멸 등 후속 작업의 조직적 실행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사업지원티에프 임원 대부분이 미전실 주요 팀 출신인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이력은 더욱 튄다. 서아무개(47) 삼성전자 상무도 함께 영장이 청구됐는데 그는 그룹 보안 업무를 총괄하는 보안선진화티에프 소속이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0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관련 영상] 디스팩트 LIVE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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