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0 19:01
수정 : 2019.05.11 00:42
검찰, 압수한 서버 2대 포렌식 작업 속도
‘합병’ 등 직원 스마트폰서 삭제 자료 있을 가능성
미전실 문건 제보된 뒤 직원 ‘검열’ 강화한 정황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공용서버 두대의 포렌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 서버에 삼성 쪽이 지난해 수사를 앞두고 직원들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에서 삭제한 자료가 담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이른바 ‘미전실 문건’의 제보 시점에, 삼성 쪽이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집중 ‘검열’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제보 사실을 알아챈 삼성 쪽이 제보자를 색출하고, 나아가 추가 제보를 막기 위해 취한 조치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1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 7일 삼성바이오 공장의 마룻바닥에서 확보한 공용서버와 노트북 등에 회사 내부의 중요 문서를 작업하거나 저장할 때 쓰이는 ‘그룹웨어’ 데이터가 수십 테라바이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설립 이후부터 2015년 회계처리방식 변경, 지난해 금융당국의 조사 시점 등에 삼성바이오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나 외부 회계법인, 합작사인 바이오젠 등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서버 등에는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뒤져 지운 자료들이 담겨 있을 가능성도 크다. 사업지원티에프는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약칭) ‘합병’ ‘VIP’ 등 주요 단어를 검색해 직원들이 따로 보유한 문서를 없앴는데, 이 문서의 모체가 되는 서버에는 원래 자료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삼성전자 산하 티에프에 소속돼 증거인멸 등을 주도한 백아무개 상무와 서아무개 상무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직원들에 대한 ‘검열’을 강화한 ‘시점’도 주목된다. 백 상무 등은 지난해 8월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집중적으로 검사했다. 이 시기는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의 ‘결정타’가 된 ‘내부 문건’을 제보받은 시점과 겹친다. 삼성 쪽이 금융당국에 내부 문건이 제보된 사실을 알아챈 뒤 내부 유출자를 색출하고, 추가 제보를 막기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검열’을 강화했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확보한 내부 문건은 제보가 이뤄진 지 석달 뒤인 11월 <한겨레> 보도를 통해 존재 사실이 알려졌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11일 새벽 백 상무와 서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피의자 및 관련자들의 수사에 대한 대응방식 및 경위에 비추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백 상무와 서 상무는 금융당국이 회계기준 위반으로 결론 내리고 검찰의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4~5월부터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에 별도 사무실을 차려놓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재우 최현준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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