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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31 16:51 수정 : 2019.05.31 17:07

지난해 6월 삼성바이오 공장에서
서버 덮어쓰기→바닥밑 은폐→위장
검찰 “사업지원TF가 증거은폐 중심”

지난해 6월 초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 1공장 6층 통신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서 서버·컴퓨터의 관리·폐기·반출 등 보안 업무를 해온 안아무개(대리급)씨는 정보전략팀 직원 한명과 통신실 바닥 패널에 흡착기를 밀착시켰다. 대형 유리창이나 패널 설치 공사에 쓰이는 흡착기를 들어 올리자 가로세로 각 60㎝ 크기 정사각형 바닥 패널이 따라 올라왔다. 전기 배선이 깔린 깊이 40㎝ 공간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삼성바이오 2공장 서버실에 있어야 할 54테라바이트(TB) 용량의 백업서버 등을 이 공간에 은닉한 뒤 다시 바닥 패널을 덮었다.

<한겨레>가 31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안씨 공소장을 보면, 반도체에 이어 삼성의 미래를 짊어졌다는 미래 신수종인 ‘바이오’ 사업장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후진적인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미래전략실에 이어, 그룹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가 증거 은폐를 진두지휘했고, 삼성바이오 쪽은 최첨단 시설을 갖춘 공장 바닥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공소장을 보면,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 감리 뒤 검찰 수사가 가시화하자 사업지원티에프는 삼성바이오와 그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관련 자료를 은폐하기로 결정했다. 지시를 받은 안씨는 곧바로 삼성바이오 메인서버에 접속한 뒤 민감한 자료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1~2주에 한번씩 데이터 저장과 삭제를 반복하는 이른바 ‘덮어쓰기’를 했다. 삭제한 자료가 혹시라도 복구될지 모르니 그럴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려는 조처였다. 하지만 나중에 검찰이 복구한 파일에서는 삼성바이오 회계사기를 의심할 수 있는 여러 민감한 내용이 확인됐다.

안씨에게 삼성바이오의 백업서버 자료를 없애라고 지시한 주체는 그룹 보안을 담당하는 보안선진화티에프였다. 지난해 6월 삼성바이오 백업서버 등을 떼어내 공장 바닥에 숨겼던 안씨는 올해 4월 임원들이 검찰에 구속되기 시작하자 공장 바닥에 숨겨놨던 서버를 다시 꺼내 내용을 모두 초기화한 뒤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도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법원이 관련자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계열사(삼성바이오) 차원이 아닌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가 (증거 은폐의) 중심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4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의 구속영장은 기각했지만 김아무개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부사장과 박아무개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 구속영장은 발부한 바 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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