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4 22:13
수정 : 2019.06.16 10:20
삼성바이오 임직원 첫 구속 45일만에
“증거인멸 대단히 송구” 첫 사과
‘JY 파일’ 등 증거인멸 증거 축적
이재용 ‘불법승계’ 수사 전환 불가피
검찰 소환 앞두고 ‘유화’ 메시지
회계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임직원들의 잇단 구속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다”며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증거인멸’을 입장문에 명시하며 “준법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내부 진술과 복원된 서버 등으로 관련 증거가 축적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의 칼끝을 피할 수 없게 되자 ‘태도 전환’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는 14일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내 “증거인멸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임직원들이 구속되고, 경영에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해서도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회사의 자료 관리를 포함한 경영 시스템을 점검, 정비해서 준법경영을 철저히 실천하겠다”며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도 성실한 자세로 적극 협조해서 진상이 신속히 확인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쪽이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사과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삼성바이오 임직원의 첫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45일 만이다. 특히 비리 수사를 받는 도중에 기업이 주요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김홍경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소속 부사장과 박문호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이 증거인멸 지시 혐의로 구속기소되는 등 구속된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만 8명에 이른다. 이들은 직원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 ‘JY’(이재용 부회장) 등의 문구가 들어간 파일을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서버를 뜯어 공장 바닥에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삼성바이오의 입장문은 앞서 삼성전자가 냈던 참고 자료와는 차이가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과 지난 10일 두 차례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달라’며 언론 보도를 비판하는 자료를 냈는데 이를 두고 사실상 검찰에 반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불과 나흘 뒤 삼성바이오는 삼성전자와 다르게 ‘바짝 엎드리는’ 모습을 내비친 것이다. 그사이인 지난 11일 이 부회장의 최측근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팀장(사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이제 ‘윗선’으로 남은 소환 대상은 이 부회장 한 명이다.
결국 삼성의 태도 전환은 이 부회장의 검찰 소환이 임박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가 증거인멸과 회계사기에 이어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승계라는 ‘본류’로 전환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검찰에 유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5월10일 이 부회장이 그룹 수뇌부와 함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집무실이었던 ‘승지원’에 모여 삼성바이오 회계 문제를 모의했다는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기존 두 차례 입장문과 달리 이번엔 삼성바이오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는 점에서 바이오 쪽에 국한된 이슈로 뒤늦게 ‘선긋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입장문이 ‘증거인멸’에 한정돼 있는 점을 볼 때 사과로 여론 추이를 살피되 회계사기 및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에는 또 선을 그으려 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삼성 쪽 입장 표명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삼성 쪽이 매우 이례적으로 본인들의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며 “증거인멸은 사건의 본류인 회계사기 혐의와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흔들림 없이 사건의 진실을 파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삼성이 대내외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외부적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는 차원에서 나온 입장 표명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민정 최현준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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