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6 11:08
수정 : 2019.06.16 21:18
“어느 기업도 10년 뒤 장담 못해…
성과 수성 넘어 창업 각오로 도전”
이재용 발언 앞세워 언론플레이
국정농단 관련 대법판결 앞두고
삼바 회계사기 수사도 좁혀오자
‘재수감 땐 투자 차질’ 환기시키며
‘증거인멸 사과’와 함께 양면 전략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혐의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이 ‘이재용의 투자’를 강조하는 자료를 이달 들어 두번째로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투자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거듭 강조함으로써 수사·재판 결과에 따라 투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음을 환기하는 내용이다. 삼성은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명의로 사실상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해 ‘태도 전환’에 나섰다고 해석되기도 했다. 한쪽에선 사과하고, 한쪽에선 투자를 빌미로 압박하는 양면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6일 ‘이재용 부회장,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전략행보 가속화’라는 제목의 보도 참고자료를 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부문별 경영 전략 및 투자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료를 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아이엠(IT & Mobile·스마트폰 등)부문 사장단으로부터 글로벌전략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하반기 경영 전략을 재점검하고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또 그는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일에 이어 13일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 집행 계획을 직접 챙기기 위해’ 디에스(DS·반도체)부문 경영진과 또다시 간담회를 열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반도체 사업의 리스크 대응 체계’를 재점검했으며, ‘향후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구도 변화 전망과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17일 삼성전기도 방문해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5세대 이동통신 모듈 등 주요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경쟁력 강화 방안도 직접 챙길 계획이며, 시이(CE·가전)부문 사장단 및 다른 관계사와의 간담회도 순차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삼성 쪽 보도 참고자료의 핵심은 ‘투자’ 현안을 직접 챙기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요약된다. 본문에 ‘이재용’은 7번, ‘투자’는 4번 등장한다. 이 부회장이 투자와 신기술 혁신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총수 내부 일정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외부 일정도 거의 공개하지 않아온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워 참고자료를 내는 일은 이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수사망이 이 부회장을 향해 좁혀오고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까지 앞둔 상황에서, 한편으론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대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앞세워 ‘사과’하고 또다른 쪽에선 이 부회장의 ‘투자 집행자’ 역할을 강조하는 양면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재판으로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기라도 하면 대규모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환기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대법원 선고 직전까지 이 부회장 관련 보도 참고자료를 더 많이 내보낼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부진 현황을 강조한 것도 재판이나 수사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면 투자가 안 될 거란 신호를 대외적으로 보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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