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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1 20:51 수정 : 2019.07.21 22:43

회계사기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20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회계사기 혐의로 첫 영장 청구
법원 “다툼 여지 있다”며 기각

분식회계 혐의 부정하던 삼성쪽
영장심사에서 기존 주장 뒤집고
“자본잠식 피하려 부적절 회계처리”

윗선 향한 수사 속도조절 불가피
검찰 “수사 방향 흔들리진 않을 것”

회계사기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20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 등 삼성바이오 임원 3명의 구속영장이 지난 20일 새벽 기각되면서, 검찰의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 수사가 ‘고비’를 맞았다. ‘증거인멸’이 아닌 사건 본류인 ‘회계사기’ 혐의로 청구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어서,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 대표 등이 기존 방어논리를 번복하고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혐의 입증에는 진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대표 등을 추가 수사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은 20일 “주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김 대표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대표의 자본시장법,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더 분명한 소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원의 제동으로, 김 대표를 구속한 뒤 그룹 미래전략실 등 회계사기를 지시한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는 검찰의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달 말로 예정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로 수사팀 일부가 바뀌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수사팀은 “속도 조절은 하겠지만, 수사 방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김 대표 등이 일부 혐의를 인정한 만큼, 사실관계를 보강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실제 김 대표 등은 영장심사에서 ‘삼성바이오는 실질 가치가 건실한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있었다 해도, 장부상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초 삼성 주장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미국 바이오젠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에 대해 보유한 ‘콜옵션’의 가치를 2015년 전까지 평가할 수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2015년 삼성에피스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져, 회계처리를 변경하게 된 것”이라 주장해왔다.

김 대표 등은 이런 주장을 상당 부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0월에 이미 삼성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등을 위해 콜옵션 평가를 해왔고, 2015년 8월 전까지 회계법인에 콜옵션 관련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했다고 한다. 회계사기 핵심 증거인 내부 문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삼성에피스의 가치가 급등해 회계처리를 바꾼 게 아니라 ‘삼성바이오의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회계사기’라 판단한 핵심 근거를 상당 부분 인정한 셈이다.

삼성바이오 임원들 사이의 균열도 감지된다. 김아무개 전무는 자신이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에서 벌어진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을 인정하면서 “김 대표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대표는 “아래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등이 영장심사에서 “일본과의 갈등” “암울한 경제 상황” 등을 강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원이 정무적 판단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얄팍한 (경제)논리로는 경제는커녕 삼성도 살리지 못한다”고 썼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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