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대 증거 인멸 범죄”…검찰, ‘삼바’ 관련 삼성 임직원들에 실형 구형

분식회계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5월2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e-mail]

분식회계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5월2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e-mail]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에게 검찰이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소병석) 심리로 열린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는 삼성 임·직원 8명에 1~4년을 구형했다. 이아무개 삼성전자 재무팀 부사장에 징역 4년, 사업지원 티에프(TF) 보안담당 박아무개 부사장, 부품전략 담당 김아무개 부사장은 징역 3년 6개월,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백아무개 상무, 보안선진화티에프(TF) 서아무개 상무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 여부를 다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다. 삼성은 사실상 총수의 뇌물 범행으로 큰 재판을 치르고 있음에도 이들은 지난해 조직적 증거인멸 범죄를 저질렀다. 총수가 형사재판을 받는 와중에 그룹 수뇌부가 형사범죄를 저지르는 저의가 뭔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동원된 인력, 기간, 증거 인멸된 규모 등을 비춰봤을 때 역사상 최대의 증거 인멸 범행과 다름없다. 통신실, 회의실 바닥을 파서 외장하드를 숨긴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다. 죄책감 없이 반복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은닉하는 행태를 보여왔던 이중적인 행태가 두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은 범행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하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 재판 결과까지 지켜본 뒤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부사장 쪽 변호인은 “국정농단 수사로 압수수색이 수시로 진행되면서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을 향한 사회의 냉혹한 시선, 확산되는 오해 역시 감내하기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 또 다시 처하게 될까봐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인의 형사사건 유·무죄는 이 사건 양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직 기소도 안된 상황에서 재판부가 유죄를 전제로 판결했는데, (분식회계 사건) 무죄가 선고되면 피고인들 억울함은 풀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일단 12월9일로 선고 공판을 지정했다. 재판부는 “일단 선고기일은 지정하려고 한다. 어떤 변수가 생기면 그때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상을 당해 구속집행정지 상태가 된 김아무개 부사장은 다음달 4일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이 부사장 등은 회계사기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가 예상되자, 지난해 5월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회계 관련 자료에 대한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의 회계자료와 내부보고서를 은폐하거나 조작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는 수십테라바이트에 달하는 공용서버를 공장 마룻바닥, 직원의 자택에 숨겼다. 직원들 휴대폰과 노트북에 JY(이재용), 합병, 미전실 등 특정 검색어를 입력해 대대적인 삭제 작업을 벌였다. 관련 자료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로부터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과 삼성에피스를 합작해 세운 미국 업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일정 등을 전화로 보고받은 녹취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한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