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19 17:34
수정 : 2018.12.1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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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과학수사관들이 18일 오후 현장감식을 위해 강원 강릉 ㅇ펜션 201호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강릉/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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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과학수사관들이 18일 오후 현장감식을 위해 강원 강릉 ㅇ펜션 201호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강릉/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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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위로의 말조차 꺼낼 수 없다. 수능이 끝나면 친한 친구들과 여행 가겠다던 아이들의 소망은 비극으로 돌아왔다. ‘안전’이 최우선되지 않는 사회에서 얼마나 일상 곳곳에 예상 못 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학생들의 참변을 통해 다시 확인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미안할 뿐이다.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사고의 직접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됐다. 19일 가동시험에선 보일러와 배기관이 잘못 연결된 사이로 연기가 다량 새나갔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원인에 가족들의 억장은 한번 더 무너졌으리라. 연탄을 쓰던 시절도 아니요, 성인들도 평소 보일러 가스 누출을 일일이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시공 과정부터 검침, 관리 등에 대해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무색무취한 일산화탄소이기에 가스누출 경보기가 없었다는 점은 더욱 치명적이다. 펜션은 숙박업인 모텔 등과 달리 ‘농어촌민박업’으로 분류돼 경보기 설치 의무가 없다. 서류상 조건만 충족되면 등록에도 별 제한이 없는 신고제다. 3년 전 강화도 글램핑장 화재사고를 계기로 야영장은 허가제로 바뀌고 경보기 설치도 의무화된 데 비하면, 너무 느슨한 기준이다. 펜션이 휴가철 숙박시설로 대중화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이렇다니 놀랍다.
교육부는 학생안전규정과 매뉴얼 재점검에 나서는 한편,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이 방치되는 것 아닌지 전수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개인의 판단에 맡겨지는 체험학습 신청과 보호자 의무동행의 적정 범위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수능이 끝난 학생들의 ‘우정여행’까지 막을수 있는지, 막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해당 분야를 긴급 점검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촘촘하게 법·제도를 정비하고, 온 사회와 구성원들이 ‘생활안전’의 경각심을 갖는 일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건 비용이 들고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명보다 귀할 순 없는 법이다.
새로운 출발 앞에서 미래의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학생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을 잃은 가족을 생각하면 이런저런 뒤늦은 지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깊은 조의를 표한다. 가장 먼저 의식을 찾은 한 학생은 친구들 안부부터 물었다고 한다. 모든 학생이 무사히 일어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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