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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24 05:00 수정 : 2018.12.24 07:35

보일러실 앞 나무 발코니 불법 증축 나타나
보일러 흡기관 3분의 1이 벌집으로 막히기도
이번 주중 2명 더 퇴원…3명 아직 중환자실

일산화탄소 누출로 고교생 3명이 숨진 강릉의 펜션 건물이 불법으로 증축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불법 증축이 보일러에서 배기관이 빠진 원인을 제공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 보일러에 공기를 공급하는 흡기관의 일부가 벌집으로 막혀 있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지방정부나 관련 기관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이뤄졌다면 이번 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강릉펜션사고 수습대책본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과 수습대책본부는 사고가 난 ㅇ펜션 일부가 불법 증축된 사실을 확인하고 증축 경위와 이번 사고와의 연관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불법 증축된 시설은 이 건물의 보일러실과 거실 앞에 붙어 있는 2층 높이의 나무 발코니로, 학생들은 펜션에 투숙한 첫날 이 발코니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증축된 발코니 쪽으로는 보일러의 배기구와 흡기구, 출입문이 설치돼 있다. 건축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에서 목재 발코니로 나가는 커다란 유리문이 배기구가 설치된 벽에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충격을 주면 부실하게 시공된 보일러 배기관은 이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코니로 연결되는 유리문은 상상 이상으로 무겁다. 특히 이 건물은 철골 건물로 외벽이 콘크리트가 아니라, 패널로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문을 열고 닫을 때의 진동이 벽체로 그대로 전달돼 충격이 더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강릉 펜션이 불법으로 증축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은 학생들이 숙박했던 2층 방 바로 앞의 불법 증축된 나무 발코니와 플라스틱 지붕의 모습.
애초 해당 펜션에 대한 불법 증개축 문제가 제기됐지만 대책본부는 지난 19일 “펜션 사고와 관련해 건물 불법 증개축 문제는 현재까지 없었다. 이번 사고는 보일러 자체 문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사고 펜션의 불법 증축과 관련해 수습대책본부는 “정확한 불법 증축 규모와 시기 등은 현재 경찰 수사 중이다.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펜션의 보일러 흡기구 일부가 벌집에 막혀 있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바깥 공기가 들어가는 흡기구의 3분의 1 정도가 벌집으로 막혀 있었던 사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식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열관리시공협회 관계자는 “보일러에 산소가 계속 공급되지 않으면 보일러는 자동으로 꺼지게 만들어져 있다”며 흡기구의 막힘과 이번 사고는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참사의 현장인 강릉 펜션이 불법으로 증축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은 학생들이 숙박했던 방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불법 증축된 목재 발코니 모습. 해당 펜션 누리집 갈무리
하지만 강릉의 한 보일러 시공업체 관계자는 “흡기구가 불순물 등으로 막히면 불완전 연소가 발생해 일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고, 보일러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흡기구가 막히면서 가스가 불완전 연소됐고, 여기서 발생한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학생들의 가스중독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벌집이 흡기구를 일부 막은 점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치료를 받던 피해 학생 1명이 처음으로 퇴원한 데 이어 이번 주중으로 추가 퇴원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강릉아산병원은 일반병실에 있는 학생 2명은 빠르게 증세가 호전돼 고압산소 치료를 1~2회 정도 더 받은 뒤 이번주께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같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던 학생 2명 중 1명도 상태가 나아져 이날 일반병동으로 옮겼다.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 2명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으나, 조금씩 상태가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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