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가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발표자로 나선 지만원(오른쪽)씨와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여년 반복된 민·형사 소송에도 꿈쩍 않는 이유
두차례 유죄 받았으나, 한차례 무죄 확정 판결
일베·종합편성 방송 가세해 지씨 주장 퍼날라
김진태·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가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발표자로 나선 지만원(오른쪽)씨와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5·18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 ‘북한군 특수부대 개입설’을 주장해온 극우인사 지만원(78)씨가 국회 제1야당이 주최한 공청회에 참석해 일으킨 파문이 정치권 안팎으로 확대되고 있다. 20여년 간 지씨가 벌여온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행위는 2012년 말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법원의 최종 무죄 판단 이후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5·18기념재단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씨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으로 광주 시민 등과 민·형사상 재판을 벌였거나 진행 중인 재판은 적어도 6건에 달한다. 지씨는 지난 2002년 한 일간지에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취지의 광고를 실어 5·18재단 이사장 등으로부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지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듬해 1심 재판부가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풀려났다. 지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일성과 짜고 북한 특수군을 광주로 보냈다' 는 등의 허위 주장을 펼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2013년에도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단을 받았다.
두 차례의 유죄 판단에도 불구하고, 지씨의 왜곡은 2012년 12월 한 차례의 무죄 확정 판결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2011년 1월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비방하는 게시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지씨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지씨가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 “5·18민주화운동은 법적·역사적 평가가 확립된 상태로 지씨 게시글을 통해 5·18 관련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보기 어렵다”며 면죄부를 줬다. 이 판단은 이듬해 대법원(주심 김신, 이인복·민일영·박보영 대법관)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임태호 변호사(5·18재단 이사·광주지방변호사회 인권법률구조위원장)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뒤 지씨는 ‘북한군 특수부대 600명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식으로 왜곡 활동을 더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법원으로부터 일종의 ‘법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씨가 이른바 ‘광수’를 언급하기 시작한 것도 대법원 판결 이후다. 지씨는 5·18 항쟁 당시 사진 속 시민군과 유족을 ‘광주에 내려온 북한 특수군’을 줄여서 ‘광수’라 멸칭하고 있다. 지씨가 운영에 관여하는 인터넷 매체뿐 아니라,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와 일부 종합편성 방송까지 지씨의 주장을 그대로 실어나르기 시작했다.
지씨에 대한 민·형사상 재판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씨에 의해 ‘광수’로 지목당한 광주 시민과 그 유족 등은 지씨를 상대로 네 번째 형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70·80대 노령의 광주 시민들은 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을 오가며 2년 9개월 째 진행되는 재판에 참여하고 있다.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직접 고소인으로 나선 만큼,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며 무죄 판단을 내린 과거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피해갈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다. 2017년 8월 5·18에 대한 허위·왜곡 정보가 담긴 호외를 발행해 배포한 지씨가 광주 시민과 관련 단체들에 82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광주지법의 판결도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상태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연구원은 “광주시민들은 2차 가해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광주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법으로 심판받게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사법부가 되도록 빨리 판단을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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