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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28 18:06 수정 : 2019.04.28 20:17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행·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규명할 수사단 단장으로 임명된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지난 4월1일 오후 수사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초대형 수사단 꾸려졌지만
윤중천 구속 실패, 시작부터 꼬여
시효 따진 ‘계산된 진술’에 곤혹

과거 수사 전철 밟나
“부실수사 조사는 우선순위 아냐”
스스로 수사 대상 선 그어

검찰 내부서도 우려
“6년 전 수사 의혹 조사 안 하면
국민들이 납득 하겠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행·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규명할 수사단 단장으로 임명된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지난 4월1일 오후 수사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검찰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이 28일 출범 한달을 맞았다. 수사는 답보 상태다. 사건의 ‘열쇠’를 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뒤늦게 일부 성접대와 금품제공 사실을 인정했지만, 공소시효 등을 따진 뒤 내놓는 ‘계산된 진술’ 성격이 짙다. ‘입구’부터 막힌 수사단은 과거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있다. 검사 14명이 투입된 ‘김학의 3차 수사’도 과거 검찰이 했던 두차례 수사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검사 수로는 웬만한 일선 지청보다 많은 초대형 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외부인 등이 참여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적정성’ 등을 평가받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수사단은 검찰총장 임기(7월24일까지) 등을 고려할 때 ‘5월 안’에 수사를 마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소환 조사도 없이 곧바로 윤씨를 체포하는 초강수를 두며 수사에 불을 지폈다. 실형 선고가 가능한 개인 비리로 윤씨를 압박해 뇌물공여 등 수사의 본류를 캐려는 전략이었다.

‘별건 수사’를 문제삼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는 시작부터 꼬였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는 불구속 상태에서 개인 비리를 적절히 수사에 활용하며 압박 강도를 높여가는 전략을 썼어야 하는데, 수사단이 반대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풀려난 윤씨는 수사단과 언론에 김 전 차관 관련 진술을 찔끔찔끔 흘리고 있다. 지난 25일 수사단에 나와 “원주 별장 성관계 동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 전 차관이 맞다”고 진술했다. 이튿날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 인터뷰에선 “2008년 이전에 김 전 차관에게 2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줬다”고 했다.

수사단은 윤씨의 진술이나 주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윤씨가 동영상 속 남자가 김 전 차관이라고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는 검찰 내부에서 더는 이견이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게다가 윤씨는 여전히 동영상 속 상황이 성폭행이 아닌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씨가 인정한 ‘김학의 동영상’은 2006년에 찍힌 것이다. 특수강간 공소시효가 10년(2007년 12월21일 이후에는 15년)일 때여서 처벌이 불가능하다. 또 김 전 차관에게 돈 봉투를 줬다면서도 역시 그 시기를 공소시효(10년)가 이미 지난 ‘2008년 이전’으로 ‘셀프 특정’했다. “뇌물을 줄 만한 사유도 없다. 수천만원씩 큰돈을 건넨 적은 없다”며 대가성 등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씨의 의도를 두고는 특수강간과 뇌물공여 혐의를 피하는 한편, 구속영장 재청구와 영장 발부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일회용 진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단 관계자는 “조사에 응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내용은 진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수사단은 성폭행 피해 주장 여성의 진술과 김 전 차관의 업무일지 등을 맞춰가며 성범죄 발생 시기 등을 특정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과 성범죄 수사에 손발이 묶인 수사단은 과거 경찰과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단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는지는 보고 있지 않다. 법무무 검찰과거사위가 수사 권고한 내용은 경찰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 행사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2013년 수사 당시 “검찰이 체포영장, 출국금지 신청 등을 반려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려면 당시 검찰의 수사지휘, 이후 검찰 자체 수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수사단은 “(과거 검찰 수사의 적절성 여부에) 최종적으로 답은 해야겠지만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3차 수사는 ‘김학의’가 아닌 과거 두차례 검찰 수사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 이 부분이 빠지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수사가 잘못됐다고 한다면 수사를 지휘한 검찰 지휘부도 줄줄이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수사단이 그런 수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 부장검사도 “6년 전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를 규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의혹을 해소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임재우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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