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경기장에서 선거운동한 한국당은 공식사과하라”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자유한국당은 이 사진을 자유한국당 누리집에 게시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삭제했다.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국회의원 후보, 창원축구센터 안에서 선거운동
경남FC, 징계 위기...“징계받는다면 강 후보 쪽에 도덕적·법적 책임 물을 것”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자유한국당은 이 사진을 자유한국당 누리집에 게시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삭제했다.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국회의원 후보 등이 경남에프씨(FC) 경기장 안에 들어가 선거 유세를 한 것과 관련해, 징계 위기에 놓인 경남에프씨가 강 후보 쪽에게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남에프씨는 1일 보도자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 유세에 관한 경남에프씨의 공식 입장’을 내어 이렇게 밝혔다. 경남에프씨는 같은 내용을 이날 경남에프씨 누리집(gyeongnamfc.com)에도 게시했다.

경남에프씨는 보도자료에서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에프씨와 대구에프씨가 경기를 한 지난달 30일 오후 황교안 대표 일행이 강기윤 후보 유세 지원을 위해 경기장에 왔고, 엔(N)석 근처 8번 문을 통해 입장하려 했다. 입장권 검표 과정에서 경기장 경호업체가 정당명·기호명·후보자명이 표기된 상의를 입고는 입장할 수 없다고 공지했으나, 유세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들어가면서 상의를 벗지 않았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경남에프씨는 또 “경기장에서 유세하는 모습을 보고, 경남에프씨 직원들이 달려가 ‘경기장 내에서는 선거 유세를 하면 안된다’ ‘규정에 위반된 행동이다’라며 선거 유세를 만류했다. 이 과정에서 강 후보 쪽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강 후보 쪽은 이를 무시한 채 계속 선거 활동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경남에프씨는 “강 후보 쪽 수행원에게 ‘상의를 벗어달라’고 요구했으나, 수행원이 ‘왜 벗어야 하나’라며 항의를 하다가 상의를 벗었고, 몇 분 뒤 강 후보 일행이 경기장을 나갔다”고 밝혔다. 경남에프씨는 “경남에프씨가 이번 사태로 인해 불명예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도록 할 것이다. 만일 구단이 징계를 받게 된다면, 규정을 위반한 강 후보 쪽에서 도의적 책임은 물론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방침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기윤 후보 쪽은 “보다 많은 분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의욕이 앞섰다. 절차를 지키는 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앞으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경남에프씨와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 경남에프씨 측에는 잘못이 없었다는 점을 적극 소명하고, 이로 인해 경남에프씨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자유한국당 경남도당도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달 30일 당일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 규정에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금한다는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다. 경남에프씨 관계자와 축구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경남에프씨는 축구연맹의 규정을 성실히 집행했다. 따라서 경남에프씨가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길 희망한다. 자유한국당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경기장 안에 들어가는 것은 허용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또 선거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정당명·기호명·후보자명 등이 표시된 옷을 입거나 도구를 들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해당 구단에 10점 이상의 승점 삭감, 무관중 홈경기, 연맹이 지정한 제3지역에서 홈경기 개최, 2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경고 중 한 가지 이상 징계를 한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기윤 한국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강 후보와 함께 창원축구센터 안에 들어가 관중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했다. 당시 강 후보는 정당명·기호명·후보자명이 표기된 옷을 입고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회는 1일 오후 경기평가회의를 열어 “규정을 위반해 징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상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