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4.08 18:36 수정 : 2019.04.11 10:47

헌법재판소 제공.

낙태죄 쟁점과 경과

1953년 형법 제정 때 ‘죄’로 규정
2012년 헌재 4대4로 합헌 결정
재판관·사회인식 바뀌어 판단 주목

헌법재판소 제공.
임신중절을 해야 했던 여성들은 낙태죄라는 처벌의 굴레를 66년 만에 벗을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가 8일 형법의 낙태 처벌 조항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를 7년 만에 다시 판단하기로 하면서,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있었던 낙태죄가 존폐 기로에 섰다. 2012년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하는 ‘낙태죄 존치’ 결정을 한 바 있다. 그사이 헌법재판관이 모두 바뀌고, 낙태를 대하는 사회적 시선도 변하면서 헌재의 판단이 바뀔지 주목된다.

오는 11일 헌재가 대심판정에 올리는 형법 조항은 낙태한 여성에게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원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269조(자기낙태죄)와 낙태를 도운 의사 등에게 징역 2년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270조(동의낙태죄)다. 앞서 산부인과 의사 정아무개씨는 2013년부터 이듬해까지 낙태 시술을 69차례 했다가 기소됐다. 법원에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내달라고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2017년 2월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후 낙태죄 심리에 2년2개월 공을 들였다.

쟁점은 7년 전과 동일하다.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는 것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앞서 헌재는 2012년 재판관 8명(1명 공석)이 참여한 결정에서 4 대 4 합헌을 결정한 바 있다. 위헌을 선언할 수 있는 정족수(6명)에 2명이 모자랐다. 합헌 의견 재판관들(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은 “태아가 비록 생명 유지를 모(母)에게 의존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독자적 생존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별개의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전학적 문제, 성폭행, 임신부의 건강 등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한 모자보건법을 들어 “낙태 처벌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낙태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도 합헌 이유로 들었다.

반면 위헌 의견 재판관들(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은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에는 여성의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는 어려움을 돕는 일까지 포함된다. 임신과 출산은 기본적으로 모의 책임 아래 이뤄지므로 원하지 않는 임신 내지 출산은 모와 태아, 우리 사회 전체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임신 기간 중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폐지 의견에 섰다. ‘일정 시점’에 대해서는 태아가 고통을 느끼는 신경생리학적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임신 초기(1~12주)를 거론했다. “이 시기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낙태죄로 처벌되는 사람은 극히 적은데, 사실상 사문화된 낙태죄가 낙태 근절에 별 효과가 없다는 점도 위헌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오는 18일 이 사건의 주심인 조용호 재판관과 서기석 재판관이 퇴임한다. 보수 성향인 두 사람이 퇴임 전 낙태죄 선고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낙태죄 폐지·개정 의견을 피력한 재판관들이 ‘4월11일’ 선고에 동의한 배경을 두고 위헌·합헌 전망이 분분했다. 앞서 헌재 안팎에선 두 사람의 후임 재판관으로 진보 성향의 문형배, 여성인 이미선 판사가 지명되면서 올해 하반기로 선고가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