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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9 14:44 수정 : 2019.04.11 10:44

폴란드의 ‘낙태 드림팀’(Abortion Dream Team)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며, 낙태 관련법을 더욱 억압적으로 만들려는 정부와 맞서 싸우고 있는 카롤리나가 ‘한국은 옳은 선택을 하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사진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제공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아일랜드 등 4개국 활동가 메시지 공개

폴란드의 ‘낙태 드림팀’(Abortion Dream Team)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며, 낙태 관련법을 더욱 억압적으로 만들려는 정부와 맞서 싸우고 있는 카롤리나가 ‘한국은 옳은 선택을 하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사진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제공
‘South Korea, Do The Right Thing!’ (한국은 옳은 선택을 하라!)

오는 11일 7년 만에 다시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릴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낙태죄 폐지와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싸우는 전 세계 여성 활동가들이 한국 여성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해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8일 아일랜드, 아르헨티나, 마다가스카르, 폴란드 등 4개국 출신 활동가들이 전해온 메시지를 공개했다. 앰네스티는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국가에서 여성의 선택권을 향한 중대한 진전을 이룩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아일랜드는 2018년 5월 사실상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폐지했고, 같은 가톨릭 국가인 아르헨티나는 젊은 여성들이 여성 인권운동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 임신중절 비범죄화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활동가들은 낙태죄 폐지 갈림길에 선 한국 여성들을 향해 “당신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라며 연대의 뜻을 드러냈다.

아일랜드의 활동가 아만다 멜렛은 지난해 아일랜드에서 낙태죄를 명시한 수정헌법 제8조를 국민투표에 부쳐 35년 만에 폐지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국민의 인식 변화를 꼽았다. 그는 “아일랜드에서의 투쟁으로 배운 점이 있다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여성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라며 “이제 사람들은 임신중절 문제가 이분법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관점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는 임신중절을 한 여성에게 최장 14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임신 12주 이내 중절 수술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임신 12∼24주 사이엔 태아가 장애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임신중절을 허용한다.
(▶관련 기사 : 가톨릭국가 아일랜드에서 ‘낙태죄 폐지’ 가능했던 5가지 이유)

국제앰네스티 아르헨티나지부에서 활동하는 마누엘라 피졸로루소가 여성의 자유와 권리, 힘과 용기를 표현하는 상징인 초록색 스카프를 손목에 두른 사진을 한국에 보내왔다. 사진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제공
국제앰네스티 아르헨티나지부에서 활동하는 루실라 갈킨이 여성의 자유와 권리, 힘과 용기를 표현하는 상징인 초록색 스카프를 손목에 두른 사진을 한국에 보내왔다. 사진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제공
한국과 마찬가지로 강간 때문에 임신하거나 산모의 건강이 매우 위험할 때만 제한적으로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중절 시술이 음지로 파고들어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임신중지 합법화를 지지하는 아르헨티나 여성들은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무상으로 임신중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한 국민운동’이라고 적힌 초록색 스카프를 펼쳐 들고 거리로 나갔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해 아르헨티나 하원에서 ‘임신 14주 이내 임신중절 허용’을 명시한 법안이 통과됐다. 비록 상원 투표는 부결됐지만 아르헨티나 여성인권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앰네스티 아르헨티나지부에서 활동하는 마누엘라 피졸로루소와 루실라 갈킨은 이처럼 여성의 자유와 권리, 힘과 용기를 표현하는 상징인 초록색 스카프를 손목에 두른 사진을 한국에 보내왔다. 그러면서 “여성의 권리는 곧 인권”(피졸로루소), “세상 모든 여성들이 합법적으로 낙태할 수 있는 날까지 우리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갈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1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낙태 비범죄화 촉구 집회. 아르헨티나 여성들은 지난해 낙태 비범죄화 안건을 부켤시킨 의회에 다시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에이피(AP) 연합뉴스
폴란드의 단체 ‘낙태 드림팀’(Abortion Dream Team)에서 활동하는 카롤리나는 “이제 임신중절이 성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해야 할 때다. 좋은 사람들도 낙태할 수 있다”며 ‘한국은 옳은 선택을 하라!’라고 적힌 종이를 든 사진을 보내왔다. 폴란드는 유럽에서 임신중절을 가장 엄격하게 금지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2016년 정부가 극단적인 임신중절 전면 금지법(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해도 낙태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진하자 폴란드 여성들은 검은 옷을 입고 시위를 벌인 끝에 법안 철회를 끌어냈다.

마다가스카르 여성인권단체 ‘니핀아칸가’(Nifin’Akanga)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볼라티아나 라벨로아리미사(왼쪽)와 켐바 라나벨라가 ‘#FREE ABORTION’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사진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제공
마다가스카르 여성인권단체 ‘니핀아칸가’(Nifin’Akanga)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볼라티아나 라벨로아리미사와 켐바 라나벨라는 ‘한국에 있는 자매와 형제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며 “여러분이 내딛는 한 걸음이 모두에게 싸움을 이어나갈 힘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니핀아칸가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유산을 유도할 때 주로 사용하는 약초의 이름이다. 이들은 마다가스카르 정부가 낙태와 관련된 규제를 더욱 강화해 강간,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임신을 했을 때도 여성의 권리는 철저히 침해당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지도자들은 여전히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투쟁하고 있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유진 박다해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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