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0 23:48
수정 : 2019.06.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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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청와대 시절 밝게 웃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영정 사진’으로 골라놓았다고 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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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청와대 시절 밝게 웃고 있다. 고인이 생전에 ‘영정 사진’으로 골라놓았다고 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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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여성운동가·민주화운동가로 평생을 보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10일 오후 11시37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대세브란스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7.
김대중평화센터 대변인은 이날 밤 “일부 언론에서 간암 투병을 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암 진단을 받은 적이 없고 고령에 의한 노환으로 끝내 소천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올해 들어 건강이 급속히 나빠졌다. 감기 등으로 수차례 입원했다 퇴원하기를 반복했다. 지난 4월엔 ‘위중설’이 보도되기도 했고, 4월20일엔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별세했을 때도 주변에선 이 이사장에게 아들의 임종 소식도 전하지 못했다.
1922년 서울에서 6남2녀의 넷째이자 맏딸로 태어난 이 이사장은 1942년 이화여자전문학교(현 이화여대) 문과에 입학했다. 2년 만에 강제로 졸업한 뒤 해방 후인 1946년 서울대 사범대학에 다시 입학해 1950년 졸업했다. 1954년부터 4년 동안 미국 테네시주 램버스대학과 스캐릿대학에서 사회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화여대 강사,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연합회(YWCA) 총무,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 등을 지냈다.
고인은 사회문제에 눈뜬 여성운동가였고, 흔들리지 않는 신앙으로 간난신고를 헤쳐 나온 종교인이었다. 특히 1962년 마흔살에 정치인 김대중과 결혼한 뒤엔 남편과 함께 불굴의 의지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투사의 삶을 살았다.
고인은 생전 <한겨레>(‘길을 찾아서-이희호평전’)와 한 인터뷰에서 “내 양심에 비추어 일생을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운동가·민주화운동가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삶에 대해선 이렇게 회고하기도 했다. “우리는 정말 서로 인격을 존중했어요. 늦게 결혼했고 결혼할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참 좋은 분을 만나서 내 일생을 값있고 뜻있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홍업(전 국회의원)·홍걸(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씨와 며느리 윤혜라·신선련·임미경씨 등이 있다.
장례는 5일장으로, 조문은 11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 발인은 14일 오전 6시, 장례예배는 오전 7시 고인이 평생토록 다닌 신촌 창천교회에서 할 예정이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합장한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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