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01 11:27
수정 : 2019.07.04 10:52
반도체 제조 부품 등 3가지 품목 수출 규제
수출 허가 신청 면제 대상 국가에서도 제외
4일부터 개별적으로 수출 허가 심사 밟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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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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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에 사실상의 경제 보복 조처를 취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요한 부품 등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처를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수출 규제에는 텔레비전·스마트폰의 유기이엘(EL)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꼭 필요한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총 세 품목 및 이와 관련된 제조 기술 이전(제조 설비 수출 관련도 포함)이 포함됐다.
경제산업성은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이 그동안 포괄적 허가 대상이었으나 4일부터 개별적으로 수출 허가 심사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출 허가 심사 기간만 해도 90일가량 걸리는 데다, 일본 정부가 기본적으로 수출을 허가하지 않은 방침이어서 사실상의 금수 조처에 해당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경제산업성은 또한 안전보장상의 이유로 첨단재료 등의 수출에 관해 수출 허가신청이 면제되고 있는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삭제하기 위한 의견 청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의견 청취라는 형식상 절차가 끝나면 내달 1일부터 한국은 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산업성은 이런 조처를 하는 이유에 대해 “신뢰관계 손상”을 들었다. 경제산업성은 “수출 관리제도는 국제적 신뢰관계 토대에서 구축돼 있지만, 관계 부처에서 검토한 결과 일-한 간의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된 상황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과의 신뢰관계 아래에서 수출 관리를 하는 것이 곤란한 것에 더해서, 한국 관련 수출 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실이 발생했고 수출 관리를 적절히 한다는 관점에서 제도를 엄격히 운용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명시적으로 수출 제한 이유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내에서도 사실상의 “대항조처”(보복 조처)라고 대부분 풀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높은 점을 노리고, 한국에 가장 타격이 클 만한 보복 조처를 꺼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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