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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4 21:09 수정 : 2019.07.05 07:57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일본의 수출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톱다운’ 외교
아베·핵심 측근 등 3인방이 주도
청와대-일 총리 관저 채널 가동을
미국을 움직이는 외교
한일 갈등 제어 역할해 온 미 활용
미국서도 “트럼프 책임 방기” 지적
일본 내 비판 여론
일 전문가·언론들도 우려 목소리
한일 시민사회 연대해 여론 조성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일본의 수출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강제징용 갈등’ 보복성 수출규제 조처가 4일 막을 올리면서 한국 외교도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첨단산업 소재·부품의 대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투자 방안 등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 첨단산업의 급소를 겨냥한 일본의 보복 조처를 상쇄할 만한 뚜렷한 경제적 해법은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와 외교를 아우르는 고차방정식의 총력 대응이 절실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선 한-일 ‘톱다운’ 외교를 제안한다. 일본의 이번 조처는 아베 신조 총리를 중심으로 경제산업성 출신의 총리 핵심 측근인 이마이 다카야 정무비서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의 3인방이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외무성은 이번 조처를 사전에 알지도 못할 정도로 역할이 축소된 상황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청와대와 일본 총리관저 사이의 톱다운 외교가 가동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청와대가 일본 총리관저와의 물밑 대화를 가동해야 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 간의 대화 채널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번 조처가 전세계 첨단 전자제품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자유무역 체계를 흔들 것이라는 국제적 비판의 확산도 한국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관계가 갖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미국을 움직이는 외교’도 중요한 국면이다. 한·미·일이 안보를 중심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 현실에서 미국은 한-일 갈등을 제어하는 역할을 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구조를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동맹 간 갈등에 이전처럼 적극 관여하지 않지만, 미국 내에서도 한-일 갈등이 외교 갈등을 넘어 경제전쟁으로 번지기 시작하는 초유의 사태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4일 <블룸버그 뉴스>에 “미국은 동북아에서 주요 동맹 사이의 갈등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이해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윌리엄 해거티 주일 미국대사가 지난 2일 한-일 갈등이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발언하는 등 미국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기호 교수는 “현재의 상황은 한-일 외교만으로는 풀 수 없고, 한-미, 한-미-일 외교가 동시에 가동되어야 풀 수 있는 고차방정식”이라며 “모든 외교 채널을 가동해 미국도 이 갈등에서 역할을 하도록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번째 외교 변수는 일본 내 여론이다. 일본 전문가들도 이번 조처가 세계무역기구 협정 위반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아사히신문>이 “보복을 즉시 철회하라”는 사설을 싣는 등 비판적 사설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처는 법 개정을 통해 한국을 사실상의 안보 우려국으로 취급해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인데, 어떤 안보 우려가 있는지 근거를 전혀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회의 송기호 변호사는 “이번 조처가 일본 기업들의 이익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일본 내부에서 비판 여론이 강해지면 강경하던 아베 총리도 퇴로를 찾으려 물러설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연대해 이번 조처의 부당성을 적극 지적하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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