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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8 18:40 수정 : 2019.07.08 20:27

‘보호무역주의’는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고율 관세, 수입 물량 할당, 수출 보조금 등을 통해 무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개발도상국은 자유무역을 하면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경제 발전의 기회를 잃기 때문에 보호무역 정책에 의존하다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뒤 자유무역 정책을 시행한다. 반면 선진국은 무역수지 적자 해소와 침체된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펴는데, 이를 보호무역주의와 구분해 ‘신보호무역주의’라고 한다. 미국이 1988년 제정한 종합무역법의 ‘슈퍼 301조’가 대표적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전통적 의미의 보호무역주의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첫째, 경제 문제가 아닌 일제 강점기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이라는 역사 문제를 이유로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그 배경에 이달 21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으며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평화 헌법’ 9조의 개정은 아베 총리의 오랜 꿈이다. 이처럼 정치·외교적 목적을 위해 국제무역 규범을 무시한 채 무역을 ‘무기화’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와 구분해 ‘보복무역주의’라는 말이 나온다.

보복무역주의의 원조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과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 압력’은 무역수지 적자 해소 차원을 넘어 중국과의 ‘패권 전쟁’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고율의 관세를 무기로 멕시코 정부를 압박해 ‘이민자 규제 강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중국이 2017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전방위적인 경제 보복을 가한 것도 보복무역주의라 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미국과 중국을 따라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대상을 목표로 한 무역 규제를 경제·외교의 수단으로 쓴 것을 계속 관찰해왔다”며 “일본은 트럼프의 무역전쟁 전술 교범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국제 정치의 도구로 통상정책을 이용하려는 발상이라는 의심이 짙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이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강대국들이 정치·외교적 목적을 위해 무역을 무기로 동원하는 일이 잦아지면 보복무역주의가 관행이 될 수 있다. 국제 무역질서가 무너지고 세계 경제는 큰 혼란에 빠져 모두가 불행해진다.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보복무역주의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 철회가 첫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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