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08 21:07
수정 : 2019.07.0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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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에 대해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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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회의서 ‘일 경제보복’ 첫 언급
“대응·맞대응 악순환 바람직 않아
조치 철회와 성의있는 협의 촉구”
정부·기업간 긴밀한 협력 강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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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에 대해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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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조처에 대해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질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상호 호혜적인 민간 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우려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처에 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이행 문제까지 걸고넘어지며 추가 수출 규제 조처를 예고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겨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 측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며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 원칙으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양국 우호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처를 철회하고 협의하기를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비상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며 “상황의 진전에 따라서는 민관이 함께하는 비상대응체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 청와대와 관련 부처 모두가 나서 상황 변화에 따른 해당 기업들의 애로를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30대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에 따른 어려움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신속하게 대응하되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사태에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도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도 차분하게 노력해나가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일 수출 규제 등 맞대응이 아니라 2차 대전 이후 자유무역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빌미 삼아 경제보복을 취하며 자유무역 체제를 훼손하는 것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을 설득하는 외교적 압박과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것 가운데 하나는 ‘핵심 부품 소재 국산화’였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부품, 소재, 장비 산업 육성을 국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예산, 세제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기업을 지원하겠다”며 “중장기적 안목으로 수십년간 누적되어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겠다. 한-일 양국 간 무역 관계도 더욱 호혜적이고 균형 있게 발전시켜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을 향해선 “힘을 모아주셔야 정부와 기업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초당적 협조를 당부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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