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7.12 15:31 수정 : 2019.07.12 19:17

일, 회의장에는 “사무 설명회” 종이 한장 붙여
일본 쪽 대표들, 한국 대표 입장에도 미동 안해

한국과 일본 정부 대표들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에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실무회의를 하기 위해 앉아있다. 왼쪽 경제산업성의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 오른쪽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다. 사진 도쿄 공동취재단
한-일 양국 정부가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조처와 관련해 12일 일본 도쿄에서 첫 실무 회의를 했다. 일본 정부 인사들은 정돈도 되지 않은 사무실에서 한국 대표를 맞는 등 한국에 매우 차가운 태도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 관리 담당 부처인 산업자원부와 경제산업성은 12일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경제산업성에서 과장급 비공개 실무 회의를 열었다. 한국에서는 전찬수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대표로 참석했고, 일본에서는 이와마쓰 준 경제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등에 대한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처를 발표한 이후 처음 열린 실무 회의였다.

이날 회의는 참석자들이 발언하기 전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 1분만 취재진에 공개됐다. 일본은 장소 선정에서부터 한국 참가자들에 대한 응대까지 한국을 홀대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회의가 열린 경제산업성 별관 10층 사무실에는 “수출 관리에 관한 사무적(실무적) 설명회”라고 쓴 에이(A)4 2장 크기 종이 한장이 나붙었다. 협상 테이블에는 한-일 협상 담당자들의 이름표도 없었다.

일본 쪽 대표는 포스트잇으로 인덱스 표시가 촘촘하게 돼 있는, 법령집으로 추정되는 두꺼운 책자와 서류 뭉치 4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일본 대표들은 한국 대표를 기다리며 줄곧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한국 대표가 들어와도 정면만 바라보며 일어나지 않았다. 양쪽은 인사도 명함 교환도 하지 않았다. 회의 장소도 정돈된 곳이 아니었다. 테이블과 간이 의자가 한 귀퉁이에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기자재 파손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뒤 일본 조처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조율 방안을 찾기 위해 양자협의를 하자고 여러 차례 요구해왔다. 그러나 일본은 ‘실무적 설명’만 하겠다며, 과장급 회의에 응하는 데 그쳤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수출 규제 조처 발표 때는 규제 이유로 양국 간 “신뢰관계 손상”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보상의 우려”와 구체적 사례는 들지 않으면서 “부적절한 사례가 있었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번 조처가 수출 규제도 아니고 “무역 관리 제도 재검토”일 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수출 관리 당국에서 이번 운용 재검토(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처)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구받아, 실무 차원에서 대응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사실 확인이 (회의) 목적으로, 한국 쪽과 협의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