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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5 18:50 수정 : 2019.07.15 21:07

그래픽_김지야

일, 글로벌 분업체계 흔들어 한국 경제·산업 견제 속셈
일본 소재-한국 생산-세계 완제품
일, 국제분업 활용해 한국 압박

관세 등 전통적 방식 규제와 달리
수출심사 통해 대한국 수출 개입
일본의 영향력 극대화하려는 의도

그래픽_김지야
일본이 수출규제 강화에 나선 것은 글로벌 분업 구조를 활용해 한국 경제·산업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고율 관세를 새로 부과하거나 수출 물량에 제한을 두는 전통적 방식의 규제로 무역수지에 변화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수출심사 강화라는 행정 조처를 통해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접점을 늘린 조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본 정부가 원하면 언제든 한국으로 수출되는 특정 물품의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여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종을 한국으로 수출할 때 그동안 사용하던 포괄허가가 금지되며 4일부터는 개별허가 취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통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 위한 수출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했다. 다음달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면 총 857개 비민감품목 전략물자 수출 때도 일본 기업은 포괄허가가 아닌 매 계약 건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 허가에서 개별허가로의 변경에 대해 경제산업성은 지난 12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과장급 실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순수한 민간용도라면 무역이 제한되지 않으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허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 공급이 가능하지만 강화되는 심사 절차에는 따르라는 것이다. 화이트국으로의 포괄허가는 수출허가신청서 등 서류 3종이면 3년짜리 수출권한이 생기지만, 비화이트국으로의 개별허가는 품목 기술사양서와 수요자 사업내용 정보, 수요자 서약서 등 모두 6종류의 서류가 필요하고 심사에도 90일가량 걸린다.

이처럼 한국으로의 수출 시장에 일본 정부가 개입할 공간이 확장되는 것은,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글로벌 분업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무역기구 자료를 분석한 하나금융투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소비재는 총액의 14%에 그친다. 중국(23%), 미국(23%), 독일(38%)보다 낮다. 14%를 제외한 나머지는 원자재, 중간재, 자본재다. 한국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수출상품 생산의 첫 단계는 일본에서 원자재 등을 사들여오는 것이다. 구로다 가쓰히로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은 13일 칼럼에서 한국이 경제·정치 전 영역에서 ‘일본 지우기’를 해왔다고 주장하며 “이번 기회에 (한국이) 일본에 신세를 져왔다는 실체가 알려졌다”고 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선진경제실장은 “일본은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온 만큼, 이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을 상대로 취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와는 많은 면에서 다른 조처”라며 “전략물자 수출관리 강화라는 이름으로 취해진 이번 조처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한국 등과 경쟁해온 일본이 한국의 경제·산업을 견제하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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