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5 21:44
수정 : 2019.07.15 21:49
|
자료: 산업부
|
작년 대중 부품 무역흑자 459억달러
대일 부품 무역적자 151억달러 넘어
중 2025년까지 국산화율 70% 목표
한국, 일·중 사이 ‘샌드위치’ 신세 우려
|
자료: 산업부
|
문재인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의 근본대책으로 핵심 부품소재의 일본 의존 탈피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부품소재산업이 이대로 가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부품소재 수출은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3162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부품소재 무역수지 역시 1391억달러로 최고였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에 대한 부품소재 무역수지는 151억3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 240억8천만달러의 63%를 차지한다. 고질적인 대일 무역적자의 주범이 부품소재 의존인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대한 만성적인 부품소재 의존을 개선하기 위해 1990년대 이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1991년부터 5년간 400여개 부품소재 국산화 품목 고시를 통해 기술 지원을 했다. 2001년에는 ‘부품·소재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10년간 1조4천억원을 기술개발에 지원했다. 2010년에는 ‘10대 소재 국산화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1조원씩 10년간 10조원을 쏟아붓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다. 이후 예산 문제로 지원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자동차·디스플레이 등 부품소재 국산화로 이어지는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에서 드러나듯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산업에서 핵심적인 부품소재의 일본 의존도는 여전하다. 경제계에서는 전자뿐 아니라 자동차 등 다른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그룹 한 임원은 “자동차산업의 부품 국산화율이 99%를 넘는다고 말하지만 완성차 기준일 뿐”이라며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단계에서 보면 일본에 대한 핵심 부품소재 의존도는 훨씬 높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한 고위 임원도 “자동차의 각종 제어장치에 들어가는 수백개의 센서는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핵심 부품소재에서 일본과의 격차가 여전한 반면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과의 격차는 갈수록 좁혀져 ‘샌드위치’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5년 제조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다. 그 핵심 목표 중에는 제조업의 자급률 제고도 포함돼 있다. 중국은 10대 핵심산업의 핵심기술 부품 및 기초소재 국산화율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부품소재 수출은 지난해 1011억달러를 기록했다. 대중국 부품소재 무역수지 흑자는 459억3천만달러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에서 돈을 벌어 일본에 바쳐온 셈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부품소재 경쟁력이 높아진다면 한국에 또 다른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메릭스(MERICS)는 “한국이 중국제조 2025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지낸 우태희 연세대 특임교수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일본·독일의 ‘히든 챔피언’은 대부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부품소재산업 육성에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 교수는 “한국도 대-중소기업 관계가 상생·협력형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이 부품소재에서 강점을 보이는 비결로 산업 내 협업이 꼽히기 때문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