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7.17 15:31 수정 : 2019.07.17 16:57

신각수 전 주일대사

“일본, 한국경제 잡으려한다는 주장은 음모론” 정부와 이견
”전략물자 북한 밀반입 주장은 흑색선전” 일본 강하게 비판
“WTO 제소로 국제 이슈화 필요…사드보복 때도 제소했어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한국정부 나서야” 대안 제시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각수 전 주일 한국대사는 한국으로 수출된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밀반입됐다는 일본 쪽 주장을 ‘마타도어’(근거없는 흑색선전)라고 비판하면서, 동시에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잡으려 수출규제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음모론’과 같다고 지적했다. 신 전 대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주일대사를 지낸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외무부 1·2차관을 지냈다. 현재는 한일관계 증진을 위한 국내 전문가들의 모임인 세토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신각수 전 대사는 16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외교 문제를 통상 문제로 대응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 목적에 대해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 ‘한국경제의 성장을 꺾으려는 의도’라는 문재인 대통령 등 청와대와 정부의 시각과 차이를 보였다. 이어 “일본이 부당한 수출 규제를 했지만, 한국 반도체산업을 잡으려 한다는 주장은 음모론과 같다”며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무너진다고 해서 일본이 이득을 얻을 게 없고, 미국과 중국만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를 팔아 막대한 이득을 올리고 있는 현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신 전 대사는 “청와대는 최후전선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의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서, 야당의 질문에 답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것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사태의 확전을 막고 한일관계 회복을 모색해야 하는데, 반대로 행동하는 것 같다”며 “동학농민혁명 같은 얘기는 불필요하고, 오히려 국민감정만 격앙시킨다”고 우려했다. 이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 이후 페이스북에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를 소개한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대사는 일본이 한국으로 수출된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밀반출됐다는 주장을 편 것에 대해 “근거가 없는 얘기로, 일본이 무리한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하는 마타도어”라고 일축했다. 또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이 다른 것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며 “북한 밀반입 얘기는 일본 정치권의 주장이지 일본 정부가 직접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일본 정치권의 엉터리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면 오히려 말려들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일본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냉정히 대응해야지, 한국정부가 허둥대거나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급히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불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 전 대사는 미국의 중재 가능성에 대해 “예측하기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포함해 한일문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며 “과거 오바마 정부가 2013~2015년 한일 간 위안부 문제를 끔찍한 인권침해라며 적극 개입한 것은 예외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으로서는 아시아정책에서 한국보다 일본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미국에 도와달라고 무조건 달려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신 전 대사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관련해 “일본의 수출 규제는 잘못이기 때문에 당연히 WTO를 통해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시켜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중국의 사드보복 때 WTO로 가지 않은 것은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WTO는)시간이 많이 걸리고 회색지대가 많아 한계가 있다”면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무기 제작·개발에 쓰일만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완화하거나 일부를 면제해주는 대상국)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이 WTO 협정의 ‘최혜국 대우’의무 위반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27개 화이트 국가 중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한국을 빼더라도 다른 아시아국가와 비교해 최혜국 대우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을 일본이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한국의 대응방향에 대해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보회의에서 외교적 해결을 촉구한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과 관련해 이전보다 진전된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한일 양국 기업의 출연금으로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안은 우리 정부가 빠져있어 일본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특별입법으로 피해자들에게 6800억원을 지원한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