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5 00:24
수정 : 2019.07.2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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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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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일반이사회서 한-일 공방
한국 “일본 정치적 목적으로 세계무역 교란”
일본 “안보상 이유 수출관리…WTO 무관”
제3국 침묵…의장 “우호적 해결책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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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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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공방을 벌였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정치적 목적에서 세계 무역을 교란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스위스 제네바에 남아 대표단 간 별도의 1대 1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 쪽은 이에 응하지 않아 문제 해결의 의지가 애초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일반이사회에서 정부 수석대표로 참가한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수출 통제 조처가 국제사회에 끼칠 폐해를 설명하고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일본 쪽 조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노역 배상 문제와 관련한 갈등에서 기인한 조처였다고 짚으며, 일본 조처는 다자 무역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자유무역체제의 가장 큰 수혜국가이자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자유·공정 무역을 강조한 일본이 한 달 만에 정반대 조처를 한 것에 항의했다. 김 실장은 “(일본 정부의 조처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산업 생산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회원국들의 관심을 호소했고, 일본 쪽에 “이사회 참석차 제네바에 온 이상 현지에서 1대 1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일본 쪽은 ‘안보상 무역관리’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하라 준이치 일본 대사는 수출 규제 강화는 강제노역 사안과 무관하다며 “한국은 일본의 조처가 자유무역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지만 자유무역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민감한 상품이나 기술을 아무런 통제 없이 교역할 수 있게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한국 정부가 제안한 제네바 협의는 거부했다.
한국과 일본의 공방을 지켜본 회원국 가운데 발언을 한 제3국은 없었다. 다만 이사회 의장(타이 대사)이 ‘양국 간 우호적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양국 대립이 워낙 첨예한 만큼, 제3국이 쉽게 일반이사회 현장에서 개입 또는 관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실장은 회의가 끝난 뒤 한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대화 거부는 일본이 (스스로) 한 행위를 직면할 용기도, 확신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본은 눈을 감고 있고 귀도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이날 한국 정부의 협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물론, 지난 1일 조처 발표 뒤 20일이 넘도록 한국 정부와 제대로 된 ‘협의 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다.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양국 전략물자 담당 과장급이 만났던 것에 대해서도, 일본은 ‘협의’가 아니라 ‘설명회’라고 고수하고 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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