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5 18:14
수정 : 2019.07.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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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해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점을 지적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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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해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점을 지적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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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24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를 무역규범 위반이라 지적하고 일본이 이를 반박하는 동안 다른 회원국들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명분을 얻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본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절차를 밟을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 여론전의 주요 고비였던 이날 이사회에서 드러난 일본의 태도는 석연치 않았다. 애초 대표로 내세운 야마가미 신고 외무성 경제국장 대신 한 단계 격이 낮은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 대사가 발언자로 나선 게 한 예다. 기자회견장에도 이하라 대사가 나섰다. 이사회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하라 대사가 “세계무역기구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데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수출규제의 논리적 정당성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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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야마가미 신고 일본 외무성 경제국장이 24일(현지시각)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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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국 정부의 ‘일대일 고위급 협의’ 제안에도 별도의 답을 하지 않고 회피했다. 안건 논의 뒤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난 한국 대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일본은 (수출규제 지적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한 이유다. 일본 정부가 떳떳하다면 우리 정부의 공개적인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3대 품목 수출규제에 이어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일본 정부는 외면해선 안 된다.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외신, 미국 전자업계 대표 단체들에 이어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은 ‘일본, 한국에서 물러서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일본을 비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5일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만약 일본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면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경고와 함께 “우리는 외교적 협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대화를 제의했다. 일본이 여기에 응해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가길 바란다. 수출규제를 고집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마저 강행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으로 얽힌 두 나라, 나아가 세계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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