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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8 18:14 수정 : 2019.07.29 09:30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원안 통과시키지 않은 국회와 경제계를 비판하는 거리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팩트체크]
가습기 살균제 참사 계기로 법제정
화평법 시행 몇년밖에 안됐는데도
‘일본 고의존’ 화평법 탓 몰아가
‘연구개발용 물질 등록의무’ 억지 주장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원안 통과시키지 않은 국회와 경제계를 비판하는 거리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반도체 소재·부품의 높은 일본 의존도는 환경규제 탓일까.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대처하기 위해 환경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몰아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각종 재난·참사를 막기 위해 수년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은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망국적 규제인지, 사실을 확인해봤다.

2011년 화평법이 만들어진 것은 가습기 살균제 연쇄 사망사건이 계기였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무엇이며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2016년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때 여야 합의로 한차례 개정을 거쳤다. 기업들은 신규 화학물질의 경우 제조·수입 전에 유해성 정보를 정부에 등록 또는 신고해야 하고, 기존 화학물질이면 유예기간(최장 2030년까지) 안에 등록해야 한다.

일부 언론은 의무 등록 물질이 개정 전 500개에서 올해부터 7천여개로 확대됐고 등록 비용은 최대 4억∼5억원이 든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등록을 마친 기존 화학물질 343종 가운데 영업상 비밀로 공개를 회피하지 않아 등록비용이 파악된 61종을 분석해보니, 업체 기준 1개 물질당 등록비용은 평균 1200만원이었다. 게다가 올해 한꺼번에 7천여종을 모두 등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등록하도록 유예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화평법이 등록 때 요구하는 시험 자료가 세계 최고 수준인 47개라는 거짓 주장도 나왔다. 화평법에 따라 요구되는 시험 자료는 15~47개이고, 유럽연합(EU)은 22∼60개다. 애초 화평법은 ‘정보 없이는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No Data, No Market)는 원칙에 따라 화학물질의 유해성 자료 확보와 등록 책임을 기업에 부과한 유럽연합의 리치(REACH)제도를 옮겨온 것인데, 규제 수준은 더 낮은 수준이다.

연구개발에 쓰이는 소액 화학물질까지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해 연구개발 속도를 늦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이라는 점을 한국환경공단에 확인받으면 등록 의무는 면제된다. 확인 때 필요한 자료는 연구개발에 드는 기간, 연구기관, 안전관리자 등 기본 정보 수준이다.

화관법은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고 시 신속·적절하게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2015년 시행됐다. 이 법은 2012년 9월 경북 구미 한 공장에서 가스 파이프 연결·이송 도중 불화수소 8톤이 누출돼 마을 주민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친 사고가 계기가 됐다.

화관법과 관련해서는 ‘저압가스 배관검사가 의무화되어 공장 가동을 멈출 판’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비파괴검사로 진행되는 배관검사는 유해화학물질 취급 시설 설치·가동 전 최초 검사만 진행된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2016~2018년 3년간 사업장 화학사고 140건 가운데 30건(21.4%)이 배관·밸브에서 발생했다. 배관검사는 ‘최소한의 조처’일 뿐이다.

이처럼 수년 동안 논의된 끝에 본격 시행된 지 1∼4년 된 환경규제가 지난 20년 가까이 못 해낸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규제 시행일(7월4일)로부터 사흘 뒤인 7일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 연구회가 관련 보고서를 내자, 일부 언론은 ‘국내 소재 업체에서 고순도 불화수소 제조를 시도했지만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에서 환경규제를 거론하며 포기하라고 권유했다’며 ‘환경규제가 주범’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튿날 연구회는 ‘외교 문제인 한일 수출규제 문제를 화관법 문제로 돌리는 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지만, 이들 일부 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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