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2 21:03
수정 : 2019.08.0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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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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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일, 한국 성장 막겠다는
분명한 의도 갖고 있어…
국민들 자신감 갖고 단합을”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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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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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2일 각료회의(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자, 한국 정부는 즉각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며 준비해둔 후속 조처를 발표했다. 경제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등 대안 제시와 함께 국가적 역량 결집을 위한 단합도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사에 지름길은 있어도 생략은 없다는 말이 있다.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며 이참에 일본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 강력한 ‘응전’ 예고 이날 긴급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공격”,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을 타격”, “세계 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 등 분명한 대결 구도를 상정한 용어를 많이 썼다.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고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오후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브리핑을 자청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검토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나,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곧바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한 것도 이런 대응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비록 일본이 경제 강국이지만 우리 역시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며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 ‘가마우지 경제’ 탈피 계기로 정부는 이번 일본의 조처를 계기로 이른바 ‘가마우지 경제’에서 탈피하겠다는 목표도 분명히 밝혔다. 가마우지 경제란 한국 기업이 일본으로부터 핵심 부품과 소재를 수입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상, 수출을 많이 할수록 그 이득이 일본에 돌아가는 경제구조를 의미한다. 중국에서 낚시꾼이 가마우지 새의 목 아래를 끈으로 묶어두었다가 새가 먹이를 잡으면 끈을 잡아당겨 먹이를 삼키지 못하도록 해 고기를 가로채는 낚싯법을 빗댄 용어다.
문 대통령이 긴급 국무회의에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질서는 과거의 유물일 뿐”이라며,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역경을 오히려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정부도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물량 확보, 원천기술의 도입,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 하겠다”며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다시는 기술패권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물론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김현종 2차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중화학 공업화 정책 선언’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우위를 극복했고, 김대중 대통령의 ‘소재·부품산업 육성 전략’으로 부품산업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는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대화 여지는 열어둬 강경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지만, 대화의 여지도 남겨뒀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지금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원치 않는다”며 “(현 상황을) 멈출 길은 오직 하나, 일본 정부가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해 대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대화를 비롯한 외교적 해결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미국이 (한·일 양국이) 협상할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일본의 대화 참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김현종 2차장도 지난달 정부 고위인사가 두차례 특사로 일본에 가는 등 그동안 많은 외교적 노력을 했다는 점을 공개했다. 김 차장은 “우리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제안하는 데 왜 8개월이나 걸려야 했는지 설명했고, 일본의 제안을 포함해 모든 사안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제의한 한·미·일 고위급회담도, 세계무역기구에서 수석대표 간 일대일 대화를 하자는 제안도 일본이 모두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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