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8.04 18:21 수정 : 2019.08.04 20:18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개막한 지난 1일, 일본 어린이가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아보고 있다. 나고야/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개막한 지난 1일, 일본 어린이가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아보고 있다. 나고야/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 전시장 입구엔 4일 관람을 막는 간이벽이 설치됐다.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시민들을 만난 기간은 불과 사흘. 일본 국내에선 문화예술인들뿐 아니라 시민들의 반대서명 등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일 관계의 악화된 현주소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질식되어 가는 일본 사회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안타까움과 함께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애초 공공미술관에서 이런 전시가 열리는 것 자체가 도전적인 일이라는 평가와 함께 방해 시위 등의 우려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전격적 중단 결정이 나온 데는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를 각의가 결정한 지난 2일 이번 기획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전시를 문제삼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우익 성향의 나고야 시장은 인권이 짓밟힌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 전시를 두고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는 망언까지 하며 중단을 요구했다.

주최 쪽은 “전시 전체의 안전상 이유”를 강조했다. 얼마 전 교토에서의 방화 참극을 연상시키는 듯한 가솔린통 협박 팩스가 오기도 했고, 아이치현청 직원들 이름을 인터넷에 올려 비방중상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 한 관람객이 소녀상 얼굴에 종이봉투를 씌우자 다른 관람객이 ‘지금 뭐하는 짓이냐’며 항의하고 벗겨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획전 실행위원들이 “전후 일본 사회 최대의 검열 사건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듯, ‘표현의 부자유’를 환기해보자는 전시를 주최 쪽이 스스로 접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안전을 이유로 정권과 우익의 눈치를 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부 관계자의 발언에 이어 우익 성향의 항의가 더 커지는 일본 사회의 악순환은 몹시 우려스럽다.

실행위원들은 가처분신청을 낼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트리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은 항의의 뜻에서 전시 작품을 철수하기로 했다. 전시 작품을 철거해선 안된다는 일본 내 온라인 서명운동 참여자는 이날 저녁 9시간 만에 8000명을 돌파했다. 일본 정부와 주최 쪽은 이번 사태가 얼마나 국제적 망신인지 깨닫기 바란다.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