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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5 12:46 수정 : 2019.08.06 02:34

임민욱 작가가 ‘아이치트리엔날레2019’ 본전시에 출품했다 철수를 요구한 영상설치작품 <뉴스의 종언>의 원작 <절반의 가능성>.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작가로 선정되어 전시할 당시 작품의 모습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일 아이치트리엔날레 본전시 참여작가
소녀상 포함 기획전 중단 항의하며 출품작 철수 요구
주최쪽 “요구 수용해 전시공간 닫겠다” 회신

임민욱 작가가 ‘아이치트리엔날레2019’ 본전시에 출품했다 철수를 요구한 영상설치작품 <뉴스의 종언>의 원작 <절반의 가능성>.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작가로 선정되어 전시할 당시 작품의 모습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리는 국제미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본전시에 참가했다가 평화의 소녀상이 나온 기획전시가 중단된 데 항의해 지난 3일 출품작 철수를 주최 쪽에 요구했던 박찬경(54)·임민욱(51) 작가의 작품 전시공간이 폐쇄됐다. 박 작가와 임 작가는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날 밤 일본 쪽 담당큐레이터가 요구사항을 수용해 전시공간을 닫겠다는 전자우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쪽 큐레이터가 관객에게 전시공간 폐쇄 사유를 설명하는 문구를 붙여야한다고 요구해서 별도의 설명문도 5일 오전 작성해 보냈다”고 덧붙였다.

전시공간 폐쇄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작품 철거에 앞서 진행되는 사전 조처의 성격이다. 5일은 트리엔날레 전시가 쉬는 휴관일이어서 6일부터 두 작가의 작품은 관람공간이 폐쇄된 상태로 남게 된다. 임 작가의 출품작은 <뉴스의 종언(아듀 뉴스)>이란 설치영상 작품이다. 2012년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상’ 후원작가로 선정됐을 당시 선보였던 <절반의 가능성>을 새롭게 다듬어 출품했다고 한다. 현대 디지털사회에서 정보와 공동체의 범주에 대한 질문들을 다기한 이미지와 설치물로 표출했다. 박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아름다운 숲속 풍경을 부유하는 북한 인민군 소년병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영상물 <소년병>을 출품했다. 임 작가는 “소녀상 전시 중단이 결정된 다음날(4일) 납득할 수 없는 처사에 맞서기 위해 일본 현지 지인을 시켜 내 작품 전시장 입구에 검열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써붙이고 사다리를 걸쳐 작품을 관객이 볼 수 없게 가로막았으나, 바로 저지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앞서 3일 작품 철수 요구를 전달하자 그날 밤 바로 큐레이터한테 전화가 와서 철거하면 정치적 결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후폭풍에 휘말릴 것이라는 등의 회유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두 작가의 작품들이 포함된 본전시는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이후’와 함께 나고야 시내의 아이치현 문화예술센터에서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같은 8층 공간을 쓰는 ‘표현의 부자유…’전시가 3일 중단되고 가벽을 쳐 관람 공간 진입이 막히자 박찬경, 임민욱 작가를 비롯한 상당수 본전시 출품작가들이 출품작 철수를 요구하거나 검열반대 운동에 동참할 뜻을 보이면서 본전시 진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편, 임민욱 작가는 자신이 트리엔날레 주최 쪽에 보낸 출품작 전시거부 사유 설명문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아래는 전문이다.

‘관객들께(Dear visitors),

검열은 위법한 행위입니다. 그러나 <표현의 부자유전-이후>는 철거 당하고야 말았습니다. 나는 이 결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저의 작품을 보여줄 기회를 자진해서 박탈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기 위해 작품과 미술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라면 그 속의 예술공간은 여러 의미의 차원에서 오히려 불일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정치의 논리로 예술을 검열하는 일에 미술공간이 굴복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매우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작가는 정치적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폭력 앞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제 출품작인 <아듀 뉴스(Adieu News)>는 미디어가 조장하는 감정의 선동 속에 부재하는 공동체를 재질문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소중한 발걸음을 해주신 관객들에게 정말 작품을 못보여 드리게 된 것을 슬프게 생각합니다.

다시는 안전의 명목으로 불법적 테러와 압력에 계속해서 굴복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전시를 거부합니다. <표현의 부자유전 이후>가 다시 열리는 날은 서로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날이 되리라 믿습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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