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5 17:12
수정 : 2019.08.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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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아베 규탄 시민행동’이 지난 3일 주최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의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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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시민들, 대립 대신 손잡고
아베 정권에 강제동원 문제 해결 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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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아베 규탄 시민행동’이 지난 3일 주최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의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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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처로 한국과 일본 간 ‘경제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연대해 ‘반아베’ 공동전선을 꾸리고 나섰다. 두 나라의 양심 있는 시민들이 손을 잡고 한·일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아베 정권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의 시민단체 18곳이 모여 만든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한국 공동행동)은 광복절인 오는 15일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일본 공동행동)과 함께 ‘국제평화행진’ 행사를 열기로 했다. 일본 공동행동은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일본 내 여러 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단체다. 한국과 일본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광장을 출발해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까지 행진한 뒤 대사관에 항의 서명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뿐 아니라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 재일동포,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 등 최대 2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일본 공동행동은 지난 3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역사 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에서 연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공동행동은 성명에서 “아베 정권은 한·일 시민의 대립을 부추김으로써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없었던 일’로 하고 과거를 또다시 ‘무시’하려 한다”며 “한·일 시민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권리회복,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요구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촛불문화제를 주최한 ‘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아베 규탄 시민행동’(시민행동) 관계자는 “시민행동 쪽에서 먼저 성명서 작성을 제안했고 일본 공동행동 쪽에서 흔쾌히 승낙했다”며 “시민행동의 기본 기조는 ‘반일’이 아닌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이다. 앞으로도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단체들과 계속 교류하면서 연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광복절인 15일 최근 한·일 관계를 두고 두 나라 시민단체들이 어떻게 공동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비공개 포럼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원자폭탄 피해자들을 기리고 핵폐기를 요구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미·일 제국주의의 아시아 침략과 지배에 반대하는 아시아공동행동(AWC) 한국위원회와 원불교환경연대,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 등 한국 시민단체들은 아시아공동행동(AWC) 일본연락회의와 함께 6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히로시마 원폭 74주기 한일 공동기자회견’을 연다. 이날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74년이 되는 날이다. 2012년부터 열린 한·일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원래 두 나라의 활동가들이 오고 갔는데 올해는 연대 메시지만 서로 주고받았다. 허영구 아시아공동행동(AWC) 한국위원회 대표는 “(한국과 일본이) 국가 대 국가로 맞부딪히면 민족주의적인 충돌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며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이 ‘국가 대 국가’ 대항에 동원되지 않고 일본 사회 내부에서 온전하게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에서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종교계 인사들도 손을 잡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협)는 오는 11일 오후 2시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복음교회에서 ‘한일 공동시국기도회’를 연다. 기도회에는 일본기독교협의회(NCCJ) 소속 목사 1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의 목사들은 기도회에서 아베 정권에 강제동원, ‘위안부’ 등 과거사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경제보복과 평화헌법 수정 등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기도회는 조만간 일본에서도 열릴 계획이다. 교회협 관계자는 “최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평화, 반역사적인 흐름에 한·일 교회가 뜻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도회를 마련했다”며 “일본에도 다수는 아니지만 평화헌법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평화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일에는 동북아 모든 종교인이 연대하고 있다. 이번 기도회도 이런 큰 흐름 속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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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민의 ‘노(NO) 아베’ 움직임에 연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4일 오후 신주쿠 아루타 마에에서 반 아베 집회를 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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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에서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철지바동력차노조’는 지난 1일 ‘개헌·전쟁을 향한 아베 정권 타도! 대한국 수출 제한을 즉시 철폐하라!’는 성명을 냈다. 일본 철도회사인 제이아르(JR) 히가시니혼의 지바 지사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이 노조는 “아베 정권은 일본 기업에 징용공 (피해) 배상을 명한 한국 대법원 결정을 격렬히 공격하며 보복적 수출 규제를 호소해 국가주의·배외주의,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선동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비도덕적 공격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노조는 한국의 민주노총 등과 연대해 일본에서 개헌 반대 등의 집회를 열어왔다.
지난 4일에는 한국 시민들의 ‘노(NO) 아베’ 움직임에 연대하기 위해 일본 시민들 200여명이 도쿄 신주쿠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한국의 ‘노 아베’ 표어를 본 일본 시민 기노토 요시즈키가 한국 시민의 뜻에 호응해 연대감을 표하고자 트위터를 통해 집회 개최 계획을 알렸다.
이유진 이주빈 기자, 도쿄/조기원 특파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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