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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8 20:43 수정 : 2019.08.08 21:31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
긴장 늦추지 않고 거듭 철회 촉구
이제민 부의장 “아베정부 의도는
한국을 수직분업에 묶어두려는 것”
시장 다변화 등 대응책 의견 나눠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대해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며 “과도하게 한 나라에 의존한 제품에 대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면서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 수출규제의 ‘칼’을 빼 들지 않은 것과 관련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책 논의를 위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2기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를 열어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고, 자국에 필요할 때는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주장해온 나라이므로 이번 일본의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고 연일 비판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일본이 일방적인 무역보복 조치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설령 이득이 있다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국제 자유무역 질서가 훼손된다”며 “결국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되고, 일본의 기업들도 수요처를 잃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상영 건국대 교수(거시경제분과), 조대엽 고려대 교수(민생경제분과), 이근 서울대 교수(혁신경제분과), 송의영 서강대 교수(대외경제분과)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연세대 명예교수)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이면에 한국을 수직 분업체제 내에 여전히 묶어두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짚었다. 이 부의장은 “한국이 지난 2차대전 이후 개발도상국 중에서 선진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가 되는 데에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일부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라며 “당시 일본 당국자는 한-일 간에 수직 분업체제를 만들고 (이를) 지속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았다. 지금 아베의 일본은 그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회의 뒤 “참석자들은 아세안·인도 등 시장 다변화, 미래 비전 제시, 중소기업 지원 확대, 인력 양성, 신중한 지원의 필요성 등 경제 전반에 대해 진단하고, 한국 경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인사들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에는 의견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필요한데 주 52시간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반대로 화학물질로부터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고 소득주도성장을 이뤄내야 장기적으로 경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실제 피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라며 “과도하게 한 나라에 의존한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한 뒤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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